작은 정부를 표방했다.
구조조정을 한다고 했다. 재경부와 통일부 장관의 부총리제를 없앴다. 총리실의 조정기능으로 없앤 부총리 역할을 대신한다고 했다.
2000년 들어 신년 벽두에 한다는 것이 이를 뒤엎는 일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신년사가 많은 희생을 낸 정부 구조조정을 번복하는 것이었다. 그럼 그간의 희생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재경부와 교육부 장관의 부총리제 부활은 한마디로 조령모개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대통령직속의 여성특위를 여성부로 신설한다고 했다. 잘은 몰라도 세계 어느나라 정부조직에 여성부가 있다는 말을 들은적이 없다. 여성전담부처가 없어 여성문제의 개선에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 비서실도 축소시킨 직제를 슬금슬금 늘리더니 이젠 정부조직을 늘린다. 이같은 몸집 불리기는 국민의 세부담으로 돌아간다. 일언반구의 국민들 눈치는 살피지 않고 속된 말로 ‘누구 맘대로’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중앙정부부터 이렇게 나오면 각급 자치단체에서 구조조정으로 줄인 기구를 부활하겠다고 나설 경우 무슨 말로 막을 것인가. “나는 바담풍이라고 해도 너희들은 바람풍이라고 해야 한다”고 했던 어느 시골 훈장처럼 말할 것인지.
국민과 한번 약속하고 제도를 고쳤으면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극복해 내는 것이 정권의 참다운 권위다. 조령모개가 되어서는 신용을 잃는다. 재경부와 교육부 장관이 부총리가 아니고 여성부가 없어서 정부가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볼 사람은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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