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연속 물난리로 집을 떠났는데 한겨울에 이게 또 무슨 난리입니까.”
파주시 월롱면 에드워드 미군캠프 폭파설에 따라 주민대피 사이렌이 울려댄 5일 새벽. 아무 영문도 모른채 간단한 옷만 입고 공무원들의 안내를 받아 영동초교에 도착한 1천여명의 주민들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말을 잇지 못한채 추위와 불안감속에 밤을 지새야 했다.
98년과 99년 연속 수해로 영동초교에서 뜬눈으로 밤을 세웠던 주민들은 한겨울 상상치도 못한 이번 대피에는 수해와 또다른 침통함을 맞보아야 했다.
5개교실과 체육관에 분산된 주민들은 스치로폴 위에 일부 주민이 가져온 이불에 6∼7명씩 발을 넣었지만 스며드는 한기를 어쩔 수 없이 느끼면서 아무런 대화도 없이 운동장에 쌓이는 눈만을 쳐다봐 괴로운 심정을 드러냈다.
김시만할아버지(79·영태5리)는 “방송을 듣고 전쟁이 일어난 줄 알았다”며 “살다보니 별일을 다겪는다”고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주민 대피소인 영동초교는 우선 교실난방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 체육관은 온풍기가 있어 그나마 추위를 견딜 수 있었으며, 체관에 들어가지 못한 주민들은 차가운 교실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세웠다.
5시간 가까이 아무런 정보도 없이 추위와 공포에 떨던 주민들은 오전 6시가 되면서 적십자사 경기지사가 조리차량을 몰고 오자 조금씩 생기를 찾아 차량주위를 오가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로 컵라면을 먹은 주민들은 지나가는 기자나 상황근무중인 공무원들에게 “언제까지 대피해야 하는냐”며 발을 동동 구르고 일부 주민들은 서울등지의 친척집을 찾아 하나둘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김남순씨(63·여)는 “이제는 정말 편히 사는게 소원입니다”며 “시나 군부대 모두 시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전 9시30분 교내방송을 통해 귀가하라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시가 차량을 보내준다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민들은 눈길을 걸어 학교를 빠져나갔다.
/고기석기자 koks@kgib.co.kr 최종식기자 js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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