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극장가 아시아영화 활짝

새천년 첫 개봉된 김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의 순조로운 출발에 대응하는 아시아 영화 두편이 곧 개봉된다.

한편은 동양적 감성을 듬뿍 담은 홍콩영화 ‘성원’이고 다른 한편의 ‘러브레터’로 일본영화에 친숙한 국내 관객들에게 다소 충격을 던져줄만한 일본영화 ‘소나티네’.

8일 개봉되는 일본영화 ‘소나티네’는 일본 야쿠자의 잔인하고도 냉혹한 폭력의 세계를 담고 있다.

거창하지 않고 복잡하지도 않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무적인’ 야쿠자들의 폭력이 정물화 처럼 단순하게 그려져 있는 이 영화는 그런 폭력으로 뿌려지는 선혈이 보는 관객들을 섬뜩하게 한다.

야쿠자 중간두목격인 무라카와(기타노 다케시)가 사람을 기중기에 매달아 바다에 수장시키는 장면 등은 무자비한 폭력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는 크게 대비되면서도 폭력의 강도는 더욱 거칠다.

그러나 야쿠자 집단의 내분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바닷가의 허름한 집에서 무료하게 소일해야 하는 무라카와와 그의 부하들은 한없이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다.

한밤중에 폭죽놀이를 하거나 해변에 구덩이 함정을 파놓고 부하들을 빠지게 하는 무라카와의 장난기는 야쿠자 생활, 즉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물론 곧 엄습할 죽음에 대한 여유로운 대비일 수도 있다.

결국 이 영화는 죽음이란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죽음과 가까이 살고 있는 야쿠자의 일상을 통해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그맨, 배우 등 만능 연예인으로 유명한 기타노 다케시가 감독, 각본, 편집, 주연 등을 모두 맡았다.

오는 15일 전국에 개봉되는 영화 ‘성원’은 홍콩의 화제작으로 현실 세계에서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영혼이 된 남자 ‘양파’(러시엔치·任賢齊)와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사랑에 눈 뜨게 되는 여자 ‘초란’(장바이쯔·張栢芝)의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90년대 멜로영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사랑과 영혼’과 스토리 구성이 많이 닮았다.

그러나 ‘사랑과 영혼’에는 할리우드 영화답게 친구의 음모가 개입된 스릴러구조가 녹아 있는 반면, ‘성원’은 동양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다.

세상을 볼 수 없는 장애자이자 외톨이인 양파는 병원 숙소에서 외롭게 지내고 있으나 발랄하지만 덤벙대는 성격의 간호사 초년생 초란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있다.

그러나 어느날 야간근무를 하러가는 초란을 데려다주고 오다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저승의 100만번째 손님이 된 그는 소원 한가지를 들어준다는 저승사자의 말을 듣고 일주일간 시간을 얻어 초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내려온다.

세상에 내려온 양파는 초란이 자신이 죽은 뒤 뒤늦게 사랑했음을 깨닫고 안타까워 하는 것을 알게된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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