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어민들의 어업권보상 노기띤 발언

12일 오전10시 시화호방조제 중간광장.추위가 온몸을 감싸고 부슬부슬 비마저 내리고 있는 가운데 시화지구 간척사업으로 생계터전을 잃은 1천500여명의 주민들이 어업권보상에 대한 당국의 불합리한 처사에 반발, 노기띤 발언을 쏟아내고 있었다.

‘시화호방조제를 즉각 터라’ ‘부당한 판결 대신 특별검사제를 도입하라’는 내용의 20여개의 플래카드가 도로주변에 나부꼈고 경찰 8개중대 1천여명의 병력도 배치돼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이 벌어졌다.

주민들을 격앙케 한 것은 수자원공사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난해12월 18억원의 가지급금중 9억원을 반환하지 않은 대부지역 어촌계 77가구에 대해 가압류조치를 취했기 때문.

“정부가 어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일단 많은 보상금을 주었다가 소송을 통해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차라리 여기서 죽읍시다”

한 주민의 울분 섞인 외침에 어민들은 허공을 향해 피켓을 높이 쳐들고 ‘와’하는 함성을 토해냈다. 어민들은 간혹 ‘농민가’ ‘투사의 노래’등 운동권 가요를 부르며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40여분뒤 2대의 포클레인이 방조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어민들이 포클레인으로 방조제의 흙을 파헤져 도로에 쏟아붇기를 몇차례 시도하자 경찰병력이 어민들을 외워싸며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간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심상치않음을 깨닫고 현장에 나온 수자원공사 관계자와 어민간에 대화가 벌어졌으나 ‘가압류, 경매조치를 풀어라’ ‘책임있는 답변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안된다’며 지루한 설전만 오갔다. 일부 어민은 “왜 주민과 한마디 협의도 없이 가압류 조치했냐”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1시간40분간에 걸친 대치끝에 주민들은 ‘내일 오전11시에 사태수습안을 내놓겠다”는 수자원공사 관계자의 말에 포클레인 시위를 중지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밤샘농성을 계속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간 벼랑끝 대치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규정기자 kjsh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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