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위한 우리

서울 합정동에는 외국인 묘지가 있다. 대부분이 선교사들의 무덤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생을 바친 선교사들은 거의 여기에 묻히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역사를 생각해 보면 외국인 선교사들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실질적인 추진자들이었다. 학교나 병원, 그리고 나환자들이나 맹·농아를 위한 진료소의 설립, 위생을 위한 수원지의 건설 등을 추진했다. 우리에게 민족의 긍지를 심어주다가 추방당하는 등 일제의 탄압을 받은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33인을 돕던 스코필드는 일제의 가혹행위 때문에 정신이상으로 모국 캐나다에 이송됐고 그렇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한국선교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던 호레이스 언더우드는 연희전문학교를 세우고 병세악화로 본국 미국에 갔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최후로 “거기 가고 싶다”고 말하고 눈을 감았다고 한다. 한국에 가서 천국에 가겠다는 말이었다. 그의 뜻은 85년만에 이루어졌다. 그의 유해는 외국인 묘지에 이장되었고 그 가문은 거기에 가족묘역을 마련했다.

그런데 누구든지 합정동 외국인 묘지에 가본 사람은 가슴이 메어져 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돌보지 않는, 버려진 묘지같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 몸 바친 외국인들의 묘지가 이렇게 잊혀지고 있는 것이다.

6·25 전란을 겪은 우리나라의 폐허를 보고 봅 피얼스는 미국에서 수 많은 미국인들에게 1달러, 2달러 씩을 모금하여 한국 고아들, 전쟁미망인, 전쟁포로, 불구자들과 나환자들을 도왔다. 그것이 선명회, 곧 월드비전으로 사업을 잇고 있다.

우리는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다.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할 때이다. 후하게 받은 그 덕을 남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세계를 위한 나’, ‘세계를 위한 우리’라는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할 때가 왔다. 2000년대에는 그래서 더욱 할 일이 많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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