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구효서의 임꺽정 거꾸로 읽기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특히 최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민단체들에 의한 낙천·낙선운동이 벌어지면서정계와 시민단체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이런 불신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이는 정치인들이 처음에는 대의와 명분을 제일의 목표로 삼다가 일단 권력을 장악하면 금세 얼굴을 바꾸고 온갖 수단을 이용, 권력 굳히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작가 구효서의 ‘악당 임꺽정’(해냄)은 의적이나 영웅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임꺽정을 거꾸로 보는 방법을 동원, 현재의 세태를 풍자한다.

이번 작품은 임꺽정의 책사였다가 배반한 서림의 눈을 통해 의적 임꺽정의 이미지를 철저히 해체하고 이미지 모반을 꾀하고 있다.

서림은 조선 중기의 봉건적 질서를 타파하고 평등 세상을 꿈꾸었다고 알려진 임꺽정을 권력 쌓기에 골몰했던 추악한 인물로 분석한다.

그는 임꺽정을 ‘더 이상의 명분도, 대의도 없고 산중 왕의 지위를 지속적으로 누리고자 하는 욕심과 그 탐욕을 채우기 위한 책략과 흉계뿐인 인물’이라고 평한다.

아전출신인 서림은 양반들의 횡포와 신분 차별에 불만을 품고 신분 차별 타파를 위해 일어섰다는 임꺽정의 휘하로 들어간다. 임꺽정은 서림의 민첩한 두뇌를 높이 평가하고 그를 중용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림은 임꺽정의 실체를 파악하고 회의에 빠져든다. 소문과는 달리 임꺽정이 신분 해방이라는 대의명분과는 달리 권력 유지에만 신경을 쓴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서림이 관찰한 바로는 임꺽정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관군과의 협잡도 마다하지 않고 반대 세력을 몰살시키는 일도 서슴치 않는 인물이다.

작가는 서림의 입을 빌어 “앞날에 대한 허망한 꾐에 넘어가지 말고 이쪽의 것이든 저쪽의 것이든 기만적인 대의명분에 속지 말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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