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화의 소설 청산에 살어리랏다

토종·뒷간 연구가로 잘 알려진 홍석화씨의 소설 ‘靑山(청산)에 살어리랏다’가 출간됐다.(도서출판 세계인)

한국판 유토피아 소설 ‘청산에 살어리랏다’는 한마디로 토종 광대 홍석화가 지금 우리가 처한 현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 ‘토종·생태 마을’의 청사진을 제시한 책이다.

한백산 자락에 위치한 기상의 남향 마을인 청산에 제일 먼저 이주해 들어온 사람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전통 옹기의 멋에 흠뻑 심취해 있던 이영식. 여기에 죽염을 굽는 총각 최현배와 남자미용사 출신인 김대교가 합류하고 그후 토종 약초를 고집하는 민간의학자 서한일 박사와 농약을 거부하는 전통농사꾼 박경인·김금순 부부까지 가세한다.

청산을 본격적인 ‘토종·생태마을’로 키워 나가기로 의기투합한 이들은 우선영농조합을 결성하여 식량 농사에 착수한 후 가옥 구조도 전통적 지혜를 활용하여 에너지 절약형으로 고쳐 나가는 한편 오폐수 처리를 위한 개량 변소·미나리밭·미꾸리 양식장,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풍력발전, 식품저장을 위한 굴, 건강 유지를 위한 황토쑥찜막 등등을 하나하나 공동으로 건설해 나간다. 이렇게 조용하면서도 아주

부지런히 살아가던 중 마을을 뒤흔들어 놓는 사건이 터지는데 이른바 ‘선녀탕 사건’. 선녀탕은 마을 사람들이 소수력발전 후보지로 일찍부터 점찍어 놓았던 곳.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시민모임과 연대하여 그 개발 추진 회사와 싸워 승리를 얻어낸다.

이 승리와 함게 다 죽어 가던 연변아줌마가 서 박사의 치료로 쾌차하였다는 소문이 경향 각지로 번지면서 요양차 마을에 입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속속 늘어나 마침내 서 박사의 숙원이던 요양원이 문을 연다.

제1부 ‘다시 이름없는 들녘에 서서’ 제2부 ‘이제 텅빈 청산에 모여’등 두파트로 나뉘어 전개되는 내용은 순수함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속에서 우리전통의 것을 지켜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1949년 서울 생인 저자는 1968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마당굿 활동에 종사해 오면서 그후엔 애오개소극장 대표를 맡았다. 영화 조감독으로도 활동한 그는 새뜻공부방 총무, 민예총 편집실장을 거쳐 현재는 토종·뒷간 연구가로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의 토종 101가지’ ‘한국의 토종 기행’ ‘토종 문화와 모듬살이’가 있으며 지난 1998년부터 1999년까지는 서울 및 경기 지역 5곳을 돌면서 ‘토종뒷간 사진전’을 순회전시한 바 있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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