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지키자(3) 가족이데올로기 해체중

새천년을 맞아 어느때 보다 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성주의적 관점에선 가족이데올로기가‘해체中’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가정은 재구성의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 이데올로기란 가부장 제도권 가족형태로 유교사상이 깃든 전통적인 3세대 가정, 남성우월주의에 깃든 수직형 가정상(像)을 말한다.

한국의 가족형태는 농경사회에서 근대사회를 거치면서 대가족 틀에서 핵가족 형태로 변모했다. 그러나 이같은 가족개념은 정보화 사회를 맞아 다양하고 자유로운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혈연을 중시하던 직계가족형태를 탈피해 사이버, 공동체,친구 가정 등 신(新)가족 시대가 등장케 되는 계기가 됐다.

이에대해 한국여성연구회 김혜경연구위원(사회학 박사)은“과거에는 핏줄과 대잇기를 중시하는 전통적 가족외에는 무조건 비정상적인가정으로 몰아 부쳤다”며“이제 다양해진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광의의 가족’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98년 10월 국내 1호의 사이버 부부가 탄생했다. 과연 사이버 공간에서도 가정형태가 가능할까란 논의도 일었었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활동중인 천리안 통신 한가족 동호회(go fam), 98년초 만들어져 현재 300여 가정회원이 가입해 있는 인터넷 모임 가족(family.sarang.net), 나우누리 통신의 ‘온라인 가족모임’(go family)과 하이텔 통신의 ‘사이버 패밀리’(go sg1070)등은 사이버 공간속에서‘열린 가정’역할을 하고있다.

특히 온라인 가족모임과 사이버 패밀리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0대 위주로 구성돼 나이에 따라 부모·자녀 역할의 수행하고 있다.

또 부계중심의 가족제도가 싫어 동거형태를 소신껏 유지하는‘친구 가정’도 등장했다. 이들은 한 통신사의 여성동호회에서 만나 뜻이 맞는 10여명으로 구성됐다. 언니와 동생 두자매를 축으로 각각 4∼5명의 가정을 이뤄 살고 있다.

이처럼 네티즌들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신개념의 가족 관계를 추구하는 현상에 대해 국회 여성특위 박숙자 정책연구위원은 “공동주거형태에서 벗어나 개인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정신적 연대기능을 갖게되면서 핵가족의 빈공간을 메워줄 수있는 넓은 의미의 가족공동체”라고 평가한뒤“거대한 산업구조 속에서 혈연을 벗어난 사이버·친구 가정이 등장은 예고된 현상이었다”고 말했다.

교육, 생태, 명상, 환경공동체 등 각 주제에 따라 이뤄진 공동체 가족도 나타났다.

이들 공동가족은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한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여자 7명이 살아가는 오한숙희씨의 공동체 가정, 일본의 야마기시 명상 공동체를 본딴 ‘야마기시 명상공동체’, 5가구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자유학교를 준비하는 모임 ‘물꼬’등이 있다.

이밖에 동성(同性)부부, 독신자·계약동거 가정 등도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들 가정에게서 엿볼수 있는 21세기 가정의 의미는 무엇일까.

가정사회학자들은 “혈연과 공동의 주거공간, 경제생활등 3요소를 뛰어넘어 이웃과 이웃이 만나 보다 다양하고 친밀한 가족유형을 만들어 가는것을 뜻한다”고 말한다. 이런 형태의 새로운 가족개념은 선진국에선 오래전에 출현해 하나의 보편적인 사회현상이 됐다. 우리사회도 정보화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각종 대안공동체 가정이 등장하는 추세가 빠른 템포로 이뤄지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박사는“핵가족 붕괴 등 가족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가족 이기주의와 가정 구성원간의 무관심 등에 대해서도 모든 가족이 지혜롭게 풀어가야 한다”며 “가정관계는 별다른 노력없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감싸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하다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김창학기자 c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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