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상 논란 다시 뜨겁게 달아

최근 단군상의 잇따른 훼손 사건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단군상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경북 영주시 남산초등학교 교정에 세워져있던 단군상을 이 지역 개신교 목사와 장로 등이 파괴하다가 적발된 데 이어 지난 12일 인근 봉화의 물야초등학교에서도 단군상의 목이 잘린 채 발견되었다. 조선대에 세워진 광주의 단군상도 지난해 12월 29일 목덜미에 구멍이 뚫리고 코가 떨어져나가는 등 심하게 훼손돼 31일 철거됐고, 시흥시 대야초등학교의 단군상도 페인트 세례를 받는 수난을 겪었다. 지난해 7월 여주의 3개 학교에서 목 절단사건이 일어난 이래 단군상이 훼손된 사례는 지금까지 모두 15차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군상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7월 여주에서의 훼손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전국 각지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해 찬반 양측이 각각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절정을 이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10월 19일 ‘단군의 역사화는 찬성하나 신격화는 반대한다’는 요지의 공식입장을 발표하면서 수그러드는 듯했다.

KNCC와 견해를 달리하는 개신교단들도 일반인의 비난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단군상 훼손사건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또 과격한 방법으로 철거 압력을 넣는 대신 학부모나 주민들의 투표로 철거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추진해왔다.

단군상 건립을 주도한 한문화운동연합도 추가 설치에 나서지 않고 맞대응을 자제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적인 성향의 개신교단은 줄기차게 단군상의 철거를 요구했고 성탄절을 전후해 단군상 훼손사건이 빈발하면서 종교계 원로들이 나설 만큼 뜨거운 쟁점으로 다시 떠오른 것이다.

사실 단군상 건립의 문제는 단군의 신화와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러나 단군을 둘러싼 ‘우상논’이 거듭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학계와 종교계는 우리나라 상고사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와 토론을 게을리해왔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 때문에 민족통합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는 단군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단군상을 우상으로만 인식해 파괴 대상으로 삼는 일부 개신교인들의 빗나간 신앙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종교편향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극적인 문구의 당초 건립 취지문이라든지 단학선원에 대한 불신감도 개신교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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