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의 종조(宗祖)는 과연 누구일까.
신라 때의 도의국사인가, 아니면 고려시대의 보조국사 지눌이나 태고 보우국사인가.
조계종의 종조, 혹은 중흥조를 둘러싼 해묵은 법통(法統)논쟁에 찬물을 끼얹는파격적인 주장이 소장학자로부터 제기돼 불교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박해당 서울산업대 강사는 18일 오후 조계사 문화교육관에서 열린 새시대불교포럼 월례발표회에서 “태고와 보조의 법통논쟁이나 나옹화상, 혹은 휴정 서산대사의법통설은 역사적 근거가 미약한 허구적 구성일 뿐더러 불교계가 세속적인 혈통주의에 집착하도록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씨에 따르면 법통론은 휴정(1520∼1604)의 제자들이 임제종을 창시한 중국의선사 임제(?∼867)의 종풍과 무리하게 연결지으려는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는 “현 시대에 단지 나의 스승이 누구인가만을 따지는 법통론은결코 진리를 추구하는 수행자의 자세가 아니다”라면서 “법통론을 17세기 당시 불교정체성에 대한 이념적 규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잘라말했다.
현재 조계종은 종헌(宗憲) 제1조에서 “본종은 신라 도의국사가 창수(創樹: 처음심음)한 가지산문(迦智山門:9산선문의 하나)에서 기원하여 고려 보조국사의 중천(重闡:거듭 밝힘)을 거쳐 보우국사의 제종포섭(諸宗包攝:여러 종단을 하나로 아우름)으로서 조계종이라 공칭하여 이후 그 종맥이 면면부절(綿綿不絶)한 것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문중간 마찰을 피하기 위해 보조와 보우의 법통설을 두루뭉실하게섞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많다. 박씨가 조계종헌에 따르면 조계종이 임제종의 정맥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모순에 빠진다고 지적한 것도 지눌에서 태고로 이어지는 법맥을 역사적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조, 혹은 중흥조를 둘러싼 논쟁은 62년 통합종단 출범 이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대처승을 몰아내려는 이른바 정화불사(淨化佛事) 때도 일부에서 보조국사 법통설을 들고 나오자 만암 전 조계종 교정은 ‘환부역조(換父易祖)’라는 극언을 서슴지않았고 성철 전 조계종 종정도 보우국사 법통설을 지지하는 견해를 밝혀 종조 논쟁에 불을 댕기기도 했다. 이에 반해 송광사를 중심으로 한 문중에서는 보조국사 법통설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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