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제조기’로 불리는 김수현의 신화는 새천년대에도 계속될 것인가.
내놓는 작품마다 장안의 화제를 몰고온 작가 김수현이 2월 2일부터 SBS TV 36부작 드라마 ‘불꽃’(수∼목요일 오후 9시 55분)으로 또한번의 신화 창조에 나선다.
70년대부터 인기작가 반열에 오른 김수현은 80∼90년대를 거치는 동안 최고의 작가로 군림한 뒤 지난해만 해도 리메이크작 ‘청춘의 덫’과 특집극 ‘아들아 너는 아느냐’로 저력을 과시했다.
그의 인기비결은 ‘언어의 마술사’로 불릴 만큼 인간 내면의 심리를 통렬하게 드러내는 대사와 지나치게 통속적일 정도로 애증이 분명한 삼각관계 구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사랑은 뭐길래’나 ‘목욕탕집 남자들’처럼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홈드라마에도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그의 ‘전매특허’는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고 애간장을 졸이게 하는 ‘멜로물’이다.
방송사가 그를 ‘최고의 작가’로 꼽는 이유는 또하나 있다. 많은 군중이 등장하는 대형 몹신이나 현장감이 물씬 풍기는 야외 로케 장면에 의존하지 않고 스튜디오에서 주고받는 대사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니 제작비가 덜 드는 것이다. 탤런트들도 처음에는 김수현 식 대사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지만 일단 성공이 보장되는 만큼 마다할 까닭이 없다.
새 드라마 ‘불꽃’ 역시 기존의 김수현식 영상문법에 충실한 드라마이다. 결혼적령기를 어느 정도 넘긴 젊은이들의 겹삼각관계가 뼈대를 이루고 있으며 김수현 특유의 속사포 대사를 충분히 감당해낼 관록파 탤런트들이 대거 포진했다.
이야기는 TV 드라마 작가인 지현(이영애 분)이 관광길에서 우연히 성형외과 전문의 강욱(이경영)을 만나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지현에게는 재벌2세 약혼자 종혁(차인표)이 있고 강욱도 동료의사 민경(조민수)의 애정공세에 손을 든 처지여서 앞으로의 전개가 순탄치 않음을 예감케 한다.
드라마 본질과는 거리가 있지만 ‘타타타’로 무명의 설움을 씻은 김국환이나 ‘낭만의 대하여’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린 최백호처럼 이번에도 드라마 삽입곡으로 뒤늦게 히트하는 행운아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만일 이같은 궁금증과 기대들이 모두 김수현의 의도대로 맞아떨어지는 결과로 끝난다면 김수현은 새 천년대에도 ‘살아 있는 전설’로 남을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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