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통진면 고정1리 태연농장 김일순씨(40)는 19년째 돼지와 함께 인생을 만들어 간다.
21살의 나이에 결혼하면서 시작된 그녀의 돼지키우기는 비록 남편을 돕는 정도였지만 젊은 주부가 하기에는 벅찬 일이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축사에 나가면 역겨울 정도로 풍겨져 나오는 분뇨 냄새.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릴 겨를도 없이 온종일 분료를 치우고 사료를 주다보면 어느새 손바닥엔 물집과 군살이 생긴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냄새가 난다며 안기기를 꺼려했던 아이들.
이럴때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서러움에 축사 한켠에 웅크리고 앉아 여러번을 울기도 했고 다시는 축사에 나가지 않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런 다짐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세월은 흘러 7마리로 시작한 돼지가 어느새 천여마리가 훨씬 넘게 늘어났고 철없던 아이들도 이젠 엄마를 위로할만큼 건강하게 자라줬다.
지금도 그녀의 하루 일과는 크게 달라진게 없지만 몇년전부터는 동네 주부 글쓰기 모임에 나간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틈틈히 글을 써왔다.
올해 3번째로 이 글쓰기 모임에서 펴낸 책에도 그녀가 쓴 인생 얘기가 담겨있다.
힘들었던 돼지농장일은 그녀를 억척스럽게 만들었지만 이제 그녀가 쓰는 글의 원천이 돼 있다.
돼지와 함께 한 그녀의 젊은 인생이 그녀가 쓰는 글속에 녹아내려 아름답고 건강한 삶으로 세상에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김포=권용국기자 ykkeu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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