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철도원 설경 영상미 압권

설경(雪景)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뿌우우… 긴기적소리의 여운으로 눈을 걷어내며 달리는 한 량짜리 기차.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영화 ‘철도원’은 이렇듯 한폭의 풍경화 속으로 관객들을 끌어 들인뒤 한 중년의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방이 온통 하얀 눈에 파묻힌 홋카이도의 어느 작은 시골마을 종착역, 호로마이역을 홀로 지키고 있는 철도원 오토(사쿠구라 켄). 그는 정년을 앞두고 있는 노(老) 철도원이다. 거기에다 호로마이선도 이용객이 많지 않은 탓에 폐선이 임박해 있다.

오토는 융통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고 그야말로 자신의 직분에 한치의 소홀함도 허락하지 않는다.

어느날 그에게 기관사 견습생때부터 동료로 막역하게 지내온 센(코바야시 넨지)이 찾아온다. 두사람의 상봉을 계기로 17년전의 일을 회고하듯 오토의 인생역정은 한꺼풀씩 벗겨진다.

오토는 그때만해도 뒤늦게 본 딸과 고운 아내를 두고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추운 역사(驛舍)에서 자던 딸이 열병에 걸려 시련이 다가온다.

오토는 모범적인 철도원답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안고 병원으로 가는 아내가 탄 열차를 출발시키고, 딸의 시신을 싣고 눈밭을 달려온 열차를 맞는다.

“눈처럼 차가워져 돌아온 죽은 자식도 깃발을 흔들며 맞는군요…”라며 울부짖는 아내의 통한은 그의 삶을 적나라하게 대변하고 있다.

몇해 후에는 사랑하는 아내가 병원에서 죽어가는 것도 기차역을 지키느라 보지 못한다.

아내와 딸을 모두 떠나보내고 정년을 눈앞에 둔 오토의 가슴속에 서린 회한과 그리움이 호로마이 마을에 휘날리는 처연한 폭설속에 그대로 묻어있는 듯한 영상미가 무엇보다 돋보인다.

스크린에 넘쳐나는 백설(白雪)은 이래저래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듯 보인다. 정년이 임박한 나이 든 세대의 쓸쓸함이 깃들어있는 가하면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추억도 담겨 있는 것 같다.

일밖에 모르며 살아온 한 세대의 표상을 드러내 보인 것이어서 명예퇴직의 아픔에 노출된 채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담겨 있어 보인다.

일본의 베스트 셀러 작가 아사다 지로의 소설이 원작이다. 일본에서 무려 4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히트작. 또한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한일본의 ‘국민배우’, 다카구라 켄이 202번째 출연한 영화로도 화제를 끌었다.

2월4일 개봉.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