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경찰개혁

경찰은 지난해 12월1일부터 부정부패 근절방안 등 131대 과제를 필두로 경찰대개혁 100일 작전을 힘차게 시행하고 있다.

어둡고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구시대적 경찰상을 과감히 탈피, 경찰내부의 의식개혁과 제도개선을 통해 친절하고 부드러운 경찰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는 것이 개혁의 골자다.

그러나 경찰개혁이 정작 경찰들의 보신주의와 복지부동에 빛좋은 개살구로 퇴색되고 있는 느낌이다.

1일 오전9시께 부천남부경찰서에는 112신고를 통한 민원이 접수됐다. 내용은 P유치원에 다니는 7세 어린이가 지난 26일 유치원 선생님에게 매를 맞았다는 것. 학원측과 학부모측의 오해로 빚어진 감정악화는 명예훼손으로까지 내달아 결국 S파출소까지 출동하게 됐다. 이들은 2시간여동안 옥신각신을 거듭하다 결국 정확한 서로의 입장과 진실을 이해한 뒤 본업으로 되돌아 갔다. 상급기관인 경찰서에서 조서를 받으러 출발하기 일보직전에 이들은 화해의 악수를 했으나 자칫 상급기관에 불려가 수시간에 걸친 조서와 조롱과 수모를 받아야 할 처지까지 내몰려야 했다.

경찰은 민원인들의 소원이라면서 빨리 경찰서로 보내 조서를 받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면서 파출소에서 소란피우지 말라고 요구했다.‘법대로’를 이유로 민원인들의 감정에 골을 더욱 벌려놓을뿐 먼저 민원인들의 딜레마에 대한 고육지책 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민원인에게 녹차도 대접하고 친근한 말벗이 돼 문제점과 해결방안 등을 제시하는등 신뢰받는 경찰모습을 구현하겠다는 경찰대개혁은 역시나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부천=조정호기자(제2사회부) jh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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