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사의 무료진료 숨은 봉사 15년

설레임으로 모두가 고향을 찾는 설연휴. 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 43의2 아동복지시설 경동원. 10개의 방에서 생활하는 75명의 어린이들은 찾아오는 사람없이 지내는 명절이 서럽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보모마저 가슴이 저리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이번 설연휴는 달랐다. 설연휴 민족대이동이 막 시작되는 3일 저녁 7시가 되면서 경동원은 갑자기 생기가 돌기시작했다.

15년동안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경동원을 찾아 아이들을 무료진료해 주는 최애선원장(48·여·수원 C소아과)이 명절을 앞두고 하루먼저 찾아온 것.

세살박이 수철(3)이는 최원장이 약을 제조할 탁자를 거실로 끌고 나오고, 이불 속에 누워있던 아이들도 덩달아 요란하게 뒹굴기 시작한다. 조용하던 아이들은 보모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어께와 무릅에 매달리고 ‘세배를 한다’며 넙죽 절을 하는 등 한바탕 소란을 피우며 즐거워한다.

최원장 또한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안아주거나 아이들의 재롱에 환한 웃음을 보이며 반가워한다. 아이들의 소란 속에서도 최원장은 한주동안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기록한 간호사의 체크리스트를 근거로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기록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최원장이 경동원을 찾아 무료진료를 시작한 것은 지난 86년부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뒤 홀트아동복지회 촉탁의로 근무하다 수원의 K산부인과 소아과장으로 오면서 경동원과 인연을 맺게됐다.

일반 고아원과 달리 취학전까지 아이들을 양육하는 경동원은 한아이가 아프면 금새 다른아이에게 번지는 특성으로 그 어느곳 보다 진료의 손길이 필요했고 최원장은 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7시면 약과 의료기계를 챙겨 경동원을 찾아와 밤12시까지 아이들을 진료하고 약을 제조해온 최원장은 명절이 시작되는 이날에도 밤11시가 넘어서야 진료를 끝냈다. 아이들을 위해 제조한 약봉지만 800여 봉지. 하루 3봉지 일주일분의 약을 제조하는데만 보모 4명과 함께 3시간이 소요되는 중노동이었다.

고향에 도착해 친지들을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울 늦은시간. 최원장은 찬바람이 몰아치는 어둠을 헤치고 경동원을 나섰다.

/최종식기자 js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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