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 시인의 열한번째 시집 ‘버클리풍의 노래’(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자연인의 나이로는 회갑을 훌쩍 지나고, 시력으로도 마흔 두 해를 지난 시인의 이번 새 시집은 ‘홀로움’이라는 신조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시인이 새롭게 만들어낸 ‘홀로움’이라는 단어는 ‘외로움을 통한 혼자 있음의 환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번 시집은 병상에서의 생활과 이국에서의 교환 교수 생활을 거치는 동한 겪은 외로움 속에서 따뜻한 서정성과 새로운 활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총 50편의 시가 담긴 이 시집의 출발은 지난 97년 시인이 이비인후과 수술실에서 진주종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난 잎을 어루만지며 주인이 나오기 전에/배터리 닳지 말라고 속삭인다./다시 만날 때까지는/온기를 잃지 말라고/다시 만날 때까지는/눈감지 말라고/치운 세상에 간신히 켜든 불씨를 아주 끄지 말라고’(‘퇴원 날 저녁’ 中)
병상에서의 외로운 투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인은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차가운 세상의 바람속에서도 따뜻한 온정을 여전히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반계 유형원의 고택을 찾아 가는 여정을 담은 ‘산당화의 추억’은 생의 반절 이상을 살아버린 시인이 ‘생의 감각’을 추억을 통해 되살린다.
‘추억은 인간을 사람으로 만든다/큰 바위가 나타나고/길이 가팔라지며 숨이 가쁠 때/바위 앞에 발 앞에/진초록빛 끈 하나가 움직일 때/마음속에 켜 있던 저 불씨들’
또 시인은 생의 반절을 부안반도 남쪽 입구에 숨어 산 반계의 고택에서 ‘홀로움’의 기쁨을 만끽한다.
‘전처럼 손을 내미니/이번엔 가시들이 ‘손대지 말아요!’/(나도 아무나 만지는 것이 싫었어,/자신도 모르게 내 가슴을 훑은 자들!)’
시인은 세속과 떨어져 반생을 살았던 반계를 떠올리며 세속 도시를 떠나 은둔, ‘홀로움’을 즐기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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