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없는 수원시향 장기표류

수원시향의 지휘자는 언제쯤 오게될까. 수원시는 표류하는 수원시향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수원시가 ‘사람은 많지만 정작 쓸만한 사람이 없다’며 5개월째 공석중인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선정에 미적지근한 자세를 보여 문화예술계 및 음악애호가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금난새씨의 사표 이후 상임지휘자를 국내 지휘자로 할 것인가, 외국인을 영입할 것인가, 아니면 비엔나 필처럼 객원체제로 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다 시는 이제 겨우 국내지휘자로 방향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의 경우 단원들과의 깊이있는 의사소통 문제에다 이미 지휘자 문제로 상처입은 단원들을 외국인이 얼마나 잘 감싸고 신경써줄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 또 객원체제의 경우는 지금까지의 시향시스템으론 유지가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지휘자의 경우 적어도 금난새 전 상임지휘자보다 실력이나 명성에서 나으면 나았지 못한 사람이 와서는 안된다는 의견이어서 지휘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우선 실력이 좋아야 된다’‘어느정도 연륜과 경험이 있어야 된다’‘인지도나 저명도도 있어야 된다’‘여러 단체가 아닌 수원시향만 맡아서 이끌어 가야된다’는 등의 조건을 내걸다보니 현재 국내지휘자 중에 입맛에 딱 맞는 지휘자를 고르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나마 유력하게 지명됐던 정치용씨도 미적미적하는 사이에 지난달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로 가버리고 말았다. H씨, B씨, J씨 등이 그나마 가능성있는 지휘자로 거론되지만 이들도 시가 내세우는 조건엔 뭔가 하나씩 걸려 지휘자 선정에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상임지휘자 선정이 마냥 늦어지고 있고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선정할 것인지도 밝혀지지 않아 시가 지휘자 선정에 뜻이 있기는 한건지 의문이 갈 정도다.

수원시의 생각대로라면 앞으로 몇년을 더 기다렸다가 소위 뜨는(?) 지휘자가 나타나면 그때가서 그 사람을 데려와야 된다는 것인데 수원시향을 위해 갑자기 스타라도 나타날 것이란 얘긴지 이해가 안간다.

시가 이렇게 늑장을 부리고 있는 동안 시향은 지휘자가 없어 올해 구체적인 연주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고 20여명이 결원된 단원 충원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휘자가 없는 동안 단원들 나름대로 연습을 하며 객원체제로 꾸려오고 있지만 결국은 파행을 겪으며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주변에서 많은 걱정을 하고있다.

시는 인기도나 저명도에 연연하지 말고 일단 연주력이 갖춰진 지휘자로 후보를 축소한 다음 가능성있는 지휘자를 서둘러 선정해야 한다.

언제까지 지휘자의 명성에만 의존해 수원시향을 내세울 것인가. 오히려 저력있는 평범한 지휘자를 수원시향에서 발탁해 다른 단체에서 탐내는 지휘자를 키워낼 자신은 없는 것인가.

시는 그동안 어수선했던 시향의 분위기를 일소시키고 새로운 시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새로운 지휘자 선정에 신중하면서도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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