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호도 위대하고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도 대단하지만 밤하늘의 수많은 별보다, 아침 물안개 가득 피어오르는 강보다 더 아름답긴 어렵지 않을까? 참 쉬운 일인데도 그냥 놔두면 저절로 얻게 될 아름다움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놓치고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생각은 양평 6번국도를 타고 신양평대교를 지나 광주방면 88번 지방도로에 이르는 양평 바탕골예술관 까지의 길을 달리며 내내한 생각이다. 예술관까지 가는 편안하고 경치좋은 이 길은 빡빡한 일상생활과 콘크리트 회색 건물속에서 정신없이 내달려온 현대인들에겐 더없이 한가롭고 여유로운 길이다. 차를 몰다보면 간혹 잊고 살았던 옛 추억들도 되살아나고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 둘 씩 떠오른다. 아! 뭐가
바쁘다고 이리도 잊고 살았던가.
도로변에 크게 난 바탕골예술관문을 들어서면 젊고 씩씩한 청년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인사를 건네고 예술관 건물까지 걸어가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그 길은 마치 대저택의 정원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잘 꾸며진 정원수와 많은 조각품들… 백남준의 자동차들도 이채롭다.
예술관은 도자기공방과 제1·2미술관이 있는 건물동, 대형 극장과 아트숍이 있는 건물동, 카페건물 등 모두 3개의 건물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1미술관은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상설전시장으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백남준-일렉트로닉 슈퍼하이웨이-베니스에서 월란 바토르까’와 디지털포터 100점, 샤롯 무어맨, 존 케이지 등의 비디오 아트작품이 전시돼 있다. 제2미술관은 바탕골예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는 곳으로 지금 이곳엔 ‘바탕골 콜렉션전’이 열리고 있다.
40여평의 작업실과 전통 장작가마에서부터 최근 현대시설의 가마까지 갖추고 있는 도자기공방은 누구나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곳. 영화 ‘사랑과 영혼’을 연상케 하는 물레질은 낭만적이고 재미있어 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힘과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된다는 것을 이곳을 통해 알게되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미술관 분위기속에서 유일하게 웃고 떠드는 생동감이 넘치는 곳, ‘뚝딱뚝딱’소리내어 만들어도 시끄럽다고 혼내는 사람이 없어서 좋은 이곳은 뭐라도 하나 배워서 내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바쁘게 돌아간다.
극장이 있는 건물동의 아트샵은 그윽한 원두커피향을 즐기면서 각종 도자기 그릇이나 핸드메이드 수첩 등 다양한 용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고 지금은 공연이 열리고 있지 않지만 공연장도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지금 이곳엔 한지의 멋을 살린 판화찍기에서부터 시계 등 DIY목공교실이 열리고 있다. 특히 DIY목공교실은 바탕골예술관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많은 신청자들로 쉴날이 없다.
고구마 굽는 냄새와 나무 타는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카페도 꼭 들를만한 곳이다.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진 대형창문앞 자리에 얼굴을 맞대고 다정하게 있는 연인들을 보면 옛날 연애시절이 떠올라 남 눈치 볼것 없이 그 당시를 재현해 본다는 사람들도 있다. 간혹 눈뜨고는 못볼 닭살스런 커플들도 있지만 그런 커플도 이곳분위기에선 아름답고 썩 잘어울릴 따름이라고.
새천년맞이 행사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이곳은 매주 토요일 밤엔 야외 조각로에서 화려한 불꽃놀이도 펼쳐진다. 뿐만아니라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의 민속놀이로 관람객들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한겨울의 색다른 멋이 넘치는 이곳은 녹음이 우거질 여름엔 다시 꼭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0338)774-0745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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