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내 불교유적 보호 시급

호국불교의 얼이 서린 북한산 일대의 불교유적이 멸실 위기에 놓인 것으로 드러나 보호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의 진산(鎭山)인 북한산은 옛부터 불교문화의 요람인데다가 임진왜란ㆍ병자호란 이후 승려들의 힘을 빌려 성곽이 세워지면서 팔도 승군(僧軍) 총본부가 들어선 곳이다.

그러나 일제에 의해 고의적인 방화가 저질러졌고 6·25와 경제개발기를 거치는 동안 대부분의 불교유적이 파괴됐으나 지금까지 본격적인 발굴조사와 복원은 이뤄지지 않은 형편이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불교문화재조사단(단장 일철)은 97∼98년 전국의 불교사원지(寺院址)를 조사해 2천141개의 절터를 확인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1일부터 북한산 일대의 지표조사에 돌입, 최근 보고서를 펴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與地勝覽)’(1539년 이행·李荇 외 간)과 ‘북한지(北漢誌)’(1745년 성능·聖能 간)에 수록된 사찰은 각각 11개와 21개였으나 조사단은 22개의 절터를 확인했다.

북한지에 기록이 남아있는 사찰 가운데 진관사·승가사 등 6개 사찰이 현존하고 있으나 모두 최근에 중창된 것으로 옛 가람의 형태를 보존하고 있는 곳은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지표조사 결과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봉성암과 용암사터의 중간지점 계곡에서 후기 구석기 유물로 추정되는 석기(긁개)를 수습한 것.

지금까지 서울 인근에서 구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유물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발굴이 이뤄져 다량의 구석기 유적이 출토될 경우 선사시대 연구에 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지도와 문헌상으로만 전해온 고려시대 사찰 향림사터를 확인한 것도 획기적인성과로 꼽힌다.

향림사는 11세기 거란족 침입 때 태조 왕건의 재궁(梓宮:임금의 관)을 옮겨 모셨던 행궁으로 고려 초기의 가람 양식과 왕실건축의 전모를 밝혀줄 중요한 유적이다.

조사단은 향로봉 아래 2천여평의 절터에서 고려시대 주초석(柱礎石)과 탑부재(塔部材), 와편(瓦片) 등을 발견, 이곳이 향림사터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상운사 삼성각에 봉안된 석불좌상의 조성연대가 1497년(연산군 3년)임을 밝혀냈으며 북한산성 축조와 더불어 조성된 불상 3구를 발견했다.

이번 조사에 지도위원으로 참여한 정재훈 한국문화재보호재단발굴조사사업단장은 “이번 조사는 불교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갖고 있는 조계종이 주관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뜻이 깊다”고 전제한 뒤 “성곽 복원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축성과 방비의 주력이었던 승군들의 절터와 고려시대 명찰이었던 향림사와 삼천사 터를 발굴·보존·복원해 호국불교정신의 교육현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장 일철 스님은 “서울시 및 문화재청의 협조를 얻어 이 일대에 대한 본격적인 학술발굴과 보존대책 수립에 나설 계획이며 오는 3월부터 강화도 지역 40여곳의 절터를 대상으로 지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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