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에 개봉되는 두편의 영화는 결국 남이 나은 자식을 내 자식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삶의 궤적을 좇는 인간의 희망, 즉 생명의 존엄성을 얘기하는 영화다.
영화는 사무라이 활극영화이나 사무라이극 같지 않은 이색적인 영화 ‘사무라이 픽션’과 여성의 관용과 자기희생 등 본능에 대한 담론을 꿰뚫고 있는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제2회 부천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던 나카노히로유키 감독의 ‘사무라이 픽션’은 정(靜)과 동(動)이 배합돼 있고, 액션과 유머가 뒤섞여 폭소를 자아내는 유머러스한 장면들이 곳곳에 나타난다.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를 합성해 화면을 빠르게 처리한 특수효과를 연출하기도 했고 검술 대결장면에서 칼이 하늘로 치솟아 땅에 내려꽂히는 역동적인 화면을 선보이는 등 첨단기법이 많이 동원돼 영상도 이채롭다.
영화는 현재에서 300년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풀어간다. 1696년 사무라이 칸젠의 아들 헤이지로가 검술수업을 끝낸뒤 귀향하는 것과 때맞춰 장군가에서 전수받은 검을 지키기 위해 고용한 떠돌이 검객 카자마츠리가 검을 빼앗아 자취를 감췄다.
이로 인해 장군가와 절연할 위기에 빠지자 헤이지로는 친구들과 함께 카자마츠리의 뒤를 쫓는다. 그러나 카자마츠리와 맞닥뜨린 헤이지로는 칼을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생명을 위협받는다. 마침 이곳을 지나던 한베이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그는 한베이의 집에서 치료를 받는다. 딸 고하루와 단둘이 살고 있는 한베이는 동네 어린아이들과 어울려 조용하게 살고 있지만 한때 무술이 뛰어난 사무라이였다. 그가 제압한 맞수의 유언을 받들어 맞수의 딸 고하루를 친딸처럼 아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사무라이 영화지만 살상을 철저히 거부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스페인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철저한 가족해체속에서 한 여성이 삶의 비극을 어떻게 극복하고 희망을 어떤식으로 잉태해가는 지를 보여준다.
마뉴엘라는 재색을 겸비한 여자로 배우생활중에 만난 에스테반과 결혼하지만 생활고로 남편은 프랑스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난다. 2년후 돌아온 남편이 여장남자로 변해 돌아 온 것을 보고 마뉴엘라는 임신 사실을 숨긴채 그의 곁을 떠나 아버지와 같은 이름을 지어준 아들 에스테반과 단둘이 살아간다.
병원 장기이식팀에서 일하며 행복하게 살던 마뉴엘라는 아들의 17번째 생일날 영화를 함께 보고 나오다 교통사고로 아들마저 잃게 된다.
유품을 정리하던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적어둔 아들의 일기장을 보고 남편을 찾아 가지만 남편은 만나지 못하고 창녀들을 도우며 살고있는 ‘로사’란 수녀를 만난다. 로사는 에이즈에 걸려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로사는 여장남자로 에이즈에 걸려 죽어가는 전남편의 마지막 삶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그의 아이를 가진 것. 결국 로사는 헌신적인 사랑을 베푼 신과 같은 존재로 비친다.
마뉴엘라는 그런 로사를 내팽개치지 않고, 끝까지 간호하면서 로사가 낳은 아이를 돌본다. 로사는 아이에게 에스테반이란 이름을 붙여줄 것과 출생의 비밀을 숨김없이 말해 줄 것을 유언으로 남긴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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