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시사프로에서 한 유권자는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을 ‘쓰레기 분리수거 운동’이라며 정치권에 일침을 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여야의 공천작업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정치권은 가정주부보다도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의 ‘공천반대명단’을 공천심사과정에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인정’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지난달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단체의 명단을 충분히 검토하고 의사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고, 뒤이어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도 ‘공천혁명’을 부르짖으며 부적격자의 공천배제를 시사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은 공천탈락예상자들의 반발과 총선승리라는 대의명분(?)아래 변질되고 있다.
경기·인천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시민단체의 수차례 지적에도 불구하고 부적격자들이 여전히 ‘공천유력자’로 거명되고 있는 것이다.
경실련(19명)과 총선연대(5명), 인천행동연대(4명), 정치개혁시민연대(17명), 양심선언자회(4명)등 시민단체가 지목한 경기·인천 의원들은 총 27명.
이 가운데 무려 4회 이상 ‘부적격’명단에 오른 사람은 2명, 3회는 4명, 2회는 9명에 달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공천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들이 당초 공천반대명단을 발표한 것은 적어도 부정부패 관련자 및 범법자들을 공천에서 배제시켜달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대안부재론과 객관적인 여론조사 등을 핑계삼아 썩은 재목(材木)을 재활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17일에는 민주당이, 18일경에는 한나라당이 공천자를 최종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의 뜻을 무시한 정치권이 ‘국민의 대변자’를 자임하며, 한표를 호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치권은 더이상 국회를 ‘쓰레기 봉투’로 만들지 말야야 한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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