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 한복판 나혜석 거리 웬말

수원 출신의 한국 최초 여류서양화가 나혜석이 2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됨에 따라 나혜석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으나 수원시의 안일하고 편협한 행정으로 그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흥가에 나혜석 거리를 조성한 것과 나혜석 생가터 표석을 엉뚱한 곳에 세우는 일로 문화예술계며 많은 시민들의 비웃음을 사고있다.

수원시는 팔달구 인계동의 1119번지 농조예식장에서 1121번지 효원공원에 이르는 보행자 전용도를 ‘나혜석 거리’로 조성하고 나혜석 탄생일인 4월28일 이를 완성한다고 한다. 동수원 개발구역의 중심상업지역을 관통하는 이곳에 만남의 광장, 분수대, 야외무대 등을 설치해 전문 예술인들과 아마추어들의 각종 전시회 및 공연을 유치하고 이곳을 문화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러나 이곳이 과연 수원시의 계획대로 문화명소로 부상할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며 상당히 회의적이다.

우선 이곳 일대가 대부분 대형음식점 및 술집, 유흥업소 등이 즐비한 유흥가로 밤이면 술에 취해 비틀대고 시비하는 꼴불견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곳이다. 청소년들이 찾을만한 아무런 여건과 분위기도 형성돼 있지않다. 시의 생각처럼 어린이에서부터 성인까지 다함께 편안한 휴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선 주변 여건이 너무 부적합·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여건이 훨씬 좋은 인근의 도문예회관과 수원시 야외음악당 일대도 문화공간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굳이 유흥가가 밀집된 이곳을 나혜석 거리로 지정하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붇는 것에 이해가 안간다는 얘기다. 차라리 도문예회관과 야외음악당이 연결되는 주변지역이나 나혜석 생가주변을 ‘나혜석 거리’로 지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시에선 현재 조성중인 나혜석거리 주변을 상가번영회의 협조로 점차 문화거리에 맞는 업종으로 변경할 것이라고 하지만 생업에 바쁜 업주들의 동참을 어떻게 이끌어 낼지 미지수다. 또 업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반강제적인 수단이 동원돼야 하지만 이땐 업주들의 반발을 어떻게 감당해 낼 지, 안된다면 나혜석 거리는 유명무실해 질게 뻔하다는 견해다.

수원시는 또 팔달구 신안동 123-7번지 화령전 담 옆에 나혜석 생가터 표석을 설치하는데 황당한 것은 안내판이 설치되는 곳이 생가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98년까지만 해도 신안동 동사무소 뒷쪽(박경현무용학원 앞)에 10여평 남짓의 실제 나혜석 생가터가 시유지로 있었으나 수원시가 아무 생각없이 그해 공매처분해 현재는 개인소유의 땅이 되었다.

당시 나혜석기념사업회 유동준회장이 정부문서보관서의 자료를 통해 나혜석 생가터를 밝혀내고 수원시 문화관광국에 이 사실을 알려 차후 나혜석 기념사업과 관련해 생가터를 보존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불과 몇개월 사이에 회계과에서 이 땅을 공매 처분해 버린 것이다. 시 내부에서마저 부서간의 정보 공유와 업무 연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이다. 때문에 이번 생가터 안내판도 정작 생가터가 아닌 옆에 세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수원시는 나혜석 기념관 및 관련 시설 건립을 위해 현재 신풍동 45번지 일대 300평을 매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이중엔 지난 98년 공매처분됐던 땅도 포함되어 있어 행정의 편협함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이며 관심있는 시민들은 “수원시가 모든 일과 사업을 추진할 때 눈앞의 사안에만 급급하지 말고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매사 신중한 일처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수원시의 졸속행정을 비판했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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