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축산 정책을 더이상 믿을 수 없습니다.”
23일 오후 3시께 20여년간 한우를 친자식 처럼 키워온 수원시 권선구 입북3동 최찬준씨(59)의 울분이 텅빈축사에 울려 퍼졌다.
최씨는 구정을 앞두고 한우 4마리를 내다 팔았다.
소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사료값이라도 건지자는 생각이다.
최씨는“비어가는 축사를 볼때마다 가슴속엔 응어리가 진다”며“가임암소를 내다 팔아야 하는 농심(農心)을 정부는 너무 모른다”며 긴 한숨을 내셨다.
최근 도내 축산농가 대부분이 내년 시장 완전개방에 대해 불안감을 느껴 가임암소까지 송아지 생산에 사용하지 않고 앞다퉈 우시장에 내다 팔고있다.
140두를 사육하다 이제는 70여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송인기씨(45·입북축산계장)는“말뿐인 정부 정책에 염증을 느낀다”며“농림부는 농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축산농가를 죽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입북동 전문 축산농가 14가구 가운데 6가구는 축산을 포기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전직을 고려하는 농가도 늘어날 추세다.
이같은 현상은 화성군 봉담면도 마찬가지.
평생 한우만 키우며 살아왔다는 김양식씨(65)는 지난 97년까지한우 130여마리였던 사육두수가 지금은 40여마리에 불과하다.
김씨는 지난 1월말 가임암소 10여마리를 우시장에 내다 팔았다. 320만원에 팔고나니 그동안 인건비와 사료비를 겨우 맞출 수 있었다.
그나마 김씨는 구정을 앞두고 한우값이 올랐기 때문에 적자를 겨우 면할 수 있던 것.
한편 도내 암소와 송아지까지 줄면서 전체 한우 사육두수가 지난 96년 25만 6천두에서 97년 24만4천두, 98년 21만3천두, 99년 12월 18만9천두로 급감, 한우산업기반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
/김창학기자 c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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