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학 연구자인 한국과학기술원의 이상경 교수가 나혜석 평전 ‘인간으로 살고 싶다-영원한 신여성 나혜석’(한길사)을 펴냈다.
식민지 시대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근대미술사상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을 여성작가와 여성해방론자로 새롭게 평가한 책이다.
나혜석은 ‘신여성’의 대표적인 존재로 논의돼 왔으나 ‘연애대장’이란 풍문이 뒤따라 여성해방의 논리와 실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혹한 식민지 시절 최상류 생활을 누리며 스캔들을 뿌리고 다녔지만 제대로 된작품 하나 없었던 탓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나혜석의 소설 ‘경희’가 현실파악력에서 당대 다른 작품에 비해 월등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혜석 삶의 복원과 재평가에 주력했다.
저자는 나혜석의 삶에서 뚜렷한 자의식에 주목하고 있다. “전근대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넘어오면서 봉건사회에서 독립한 개인의 자아형성이 문학계의 중요한 화두였던 시절, 그는 여성화가로서, 여성해방론자로서, 여성작가로서 자신이 내딛는 진보가 조선여성의 진보가 될 것이라는 자의식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나혜석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인간적 권리가 있었고, 자아가 있다’, ‘여성의 육체적 조건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여성입장에서 공론화시켜야겠다’, ‘물의를 일으키고 욕먹는 일이라도 여성의 역사에서 의의있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는 자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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