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소설가 서영취씨가 새천년 시작과 더불어 장편 소설 ‘비익조의 연가’를 내놓았다. (작은세상刊)
‘비익조’란 날개와 눈이 각각 한쪽씩 밖에 없어 암수 새가 짝짓기를 해야만 날아갈 수 있다는 전설속의 애틋한 새를 말한다.
작가 서씨는 그 비익조를 국가권력과 민중들에게 상징적으로 투영시켜 지난 1990년대의 이나라 시대상황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20세기말 허균문학상과 열린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한 서작가의 소설은 절묘한 해학과 멋스러운 비유로 가득하다.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던 기존의 문체에 도끼날같은 날카로움을 더한 이번 작품은 제2권으로 가난의 세월을 헤쳐가고 있는 서민들이 주 대상이다. 그 중에서도 작가는 특히 IMF라는 초유의 경제파국을 맞은 국가를 떠받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민초들을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다.
한반도를 하나의 인물로 그린 것도 한국소설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한국의 문학풍조상 당시대의 아픔이나 모순을 그려내는 작가들이 드물다는 점에서도 IMF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특이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IMF는 어떻게 해서 이 땅에 상륙했으며 민초들과 국가권력, 그리고 재벌 및 중소기업들은 어떤 행동을 보이고 시련을 겪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은 어떤 고리로 연결되어 21세기를 맞아야 하는가.
이 화두에 대해 작가는 한반도를 실직한 40대 남성 백지한에게, 그리고 이 나라 민초들을 청순한 소녀 홍수련에게 대비시켜 수구세력들과 치열한 싸움을 시킨다.
백지한은 수구세력의 대표격인 나팔호와 정일육에게 철저히 농락당하며 인생의 황금기인 30대 중후반과 40대 초반을 감옥을 들락거리고 보내다 그 사이 가족과 명예, 재산을 모두 잃는다. 그러나 그런 통탄할 음해를 당하면서도 유순하기 짝이 없는 백지한은 응징이나 보복 대신 관용과 용서만 베풀며 끊임없이 수난을 당한다. 이를 보다 못한 백지한의 양녀 홍수련은 복수의 칼날을 가슴에 담고 백지한의 친구인 영봉스님에게 도움을 청한다. 검술의 달인이자 거룩한 중생심으로 넘치는 영봉스님은 고민 끝에 결국 참선에 치우치고 있는 기존의 스님생활을 포기하고 홍수련을 도와 검술을 가르치게 되고 이에 드디어 홍수련의 나팔호에 대한 복수의 활극이 시작되는데...
진해 거제 부산 마산의 아름다운 바닷가를 배경으로 찍은 한편의 액션영화를 보는 듯한 ‘비익조의 연가’는 기존 소설의 형식과 틀을 과감하게 파괴하며 속도감있게 펼쳐진다.
한국경제 및 한국문화가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또다시 제2의 IMF를 만들고 말것이라고 강조하는 서영취 작가의 이번 소설은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소설사에 하나의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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