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중요한 시기에 시민단체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거야. 그동안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채 활동했던 시민단체들이 국민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인데 말이야.”
평소 알고 지내왔던 한 시민단체의 중견간부가 기자에게 하소연하듯 전화를 걸어왔다.
4·13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혁명’이라 불릴 정도의 파괴력을 지녔던 시민단체의 정치개혁 움직임은 우리 사회의 참여민주주의를 앞당기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개혁을 풀어나가는 시민단체가 서로 다른 운동방법을 고수하면서 국민들의 호응이 반감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나에게 시민단체 중견간부의 전화는 이같은 느낌이 나만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경실련은 당초부터 이번 총선에서 ‘정보공개운동’노선을 택한 것은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개혁보다는 유권자들 스스로가 개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국민들의 머리위에 군림하는 정치인들의 제위치를 찾아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수백개의 시민단체가 연합해 구성한 총선시민연대가 발족하면서 ‘낙천·낙선대상자’들이 정해지고 이를 위해 만민공동회, 헌법소원, 거리캠페인 등을 벌이면서 국민들의 호응도가 높아지자 ‘경실련은 뭐하는거야’라는 국민, 시민단체들로 부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지역에서도 총선시민연대가 구성될 때 경실련과 타 시민단체간 논란이 벌어졌고 결국 경실련은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실련은 “지역단위에서 낙천대상자를 놓고 낙선운동을 하는 것은 상대편을 지지하게 되고 함량 미달의 인물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들고 있다.
물론 법 테두리내 운동은 차치해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고민하는 경실련, 왕따당한 경실련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다고 총선시민연대의 입장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태동이 다른 시민단체들이 운동의 방법론을 놓고 ‘내가 옳다, 네가 옳다’고 싸우기 보다는 서로 보완하며 효율적으로 사회개혁을 위해 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지적해 주고 싶다.
/유재명기자 jmyo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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