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아카데미 9개부문을 석권한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안소니 밍겔라 감독이 2000년 새 프로젝트를 들고 왔다.
영화 ‘리플리’에는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제작진이 포진하고 있는데 배급의 ‘미라맥스’, 편집의 월터 머치, 촬영의 존 실, 의상의 앤 로스, 음악의 가브리엘 야레 등이 이 영화를 위해 다시 총집결한 것. 관객은 제작진의 크레딧만 봐도 이 영화가 어떤 퀄러티를 갖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또 ‘리플리’에는 재즈와 클래식이 우리 귀를 압도한다. 전설적인 색소포니스트 ‘쳇 베이커’에서 쿨재즈의 제왕 ‘마일즈 데이비스’까지 재즈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곡들이 즐비하다. 특히 ‘시너드 오코너’가 ‘사라 본’을 연상케하는 매혹적인 보컬을 선사, 재즈싱어로의 실력을 과시한다. 요요마, 아이작 스턴이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4중주 E장조’는 비극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낮에는 호텔보이,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 생활을 하는 리플리에게 서글픔만 안겨주던 뉴욕을 뜰 기회가 왔다. 어느 화려한 파티석상에서 피아니스트 흉내를 내다 선박부호 그린리프의 눈에 뛴것. 그는 믿음직해 보이는 리플리에게 계약금 천달라를 약속하고 아들 디키를 이태리에서 찾아오라고 부탁한다.
이태리로 가기전 그는 디키의 정보를 수집하고 디키가 좋아하는 재즈음반을 들으며 그를 느낀다. 드디어 이태리행으로 행한 그는 프린스턴 대학 동창이라며 디키에게 서서히 접근한다. 어느새 디키, 그의 연인 마지와도 친해진 리플리는 마치 자신도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리플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디키와 사랑이 깊어질수록 불안해지는 마지,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초초해지는 리플리…
헐리웃의 가장 재능있는 청년, 연기와 스타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단번에 낚아챈 배우 맷 데이먼이 리플리에서는 욕망에 꿈틀대는 탐미주의자로 변했다. 리플리의 연인 마지역은 기네스 펠트로우가, 인생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플레이보이 디키역은 쥬드 로가 맡아 자유분방함과 열정을 사랑하는 남자의 단면을 연기한다. 3월4일 개봉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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