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생길때부터 시작된 육지와 바다의 싸움. 그러나 육지도 바다도 아닌, 독특한 영역에서 마치 서로의 공존을 꿈꾸듯이 살아가고 있는 생물들이 있다.
오는 9일 밤 8시에 방송되는 EBS 특집 자연다큐멘타리 ‘조간대의 비밀’은 ‘조간대(潮間帶)’라는 영역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통해 바다와 육지가 전혀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환경적인 관점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밀도있게 접근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 자연 다큐멘타리가 주로 육상에 서식하고 있는 포유류나 조류, 곤충류에 대한 접근에만 주력해왔던 것에 비해 지구표층의 71%를 차지하고 있는 해양생태로의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흔히 우리가 해안이라고 부르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지대인 조간대는 밀물과 썰물때의 고조선과 저조선 사이의 지대를 말한다. 불과 수미터 정도의 폭밖에 안되는 좁은 영역이지만 여기에는 실로 온갖 환경과 생물들이 다 포함돼 있다.
하루에도 몇번씩 차가운 물속이 되었다가 뜨거운 햇빛에 노출되는 특수환경지대에서 설아가는 생물들은 물속과 육지생활이 모두 가능한데, 과연 빈번한 습기와 건조의 교차에 어떻게 적응하며 사는걸까?
바위해안, 갯벌, 모래사장 등 조간대 영역을 세가지로 분류, 각 영역에서 살고있는 해양생물들의 신비한 생태를 담았다.
알을 낳기 위해 바다로 가는 바위게, 허물을 벗고 짝을 짓는 갯강구를 비롯해 따개비, 거북손, 홍합, 삿갓조개 등의 바위해안 휘귀종들이 빈번한 습기와 건조의 교차에 어떻게 적용하며 사는지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중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모래사장. 육지는 파도의 거센 저항을 막아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모래사장을 내어 파도의 거센 침략을 부드럽게 이완시키기도 한다.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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