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 펼쳐서 나누어 읽어야죠

“먼지가 수북히 쌓이도록 집안에 책을 쌓아두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 책들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남들도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문학도서관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시인이자 부천 소명여중 교사인 구자룡관장(56)은 지난 98년 5월 부천시 원미구 심곡1동에 국내 최초의 ‘부천 문학도서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문학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60여평의 공간에 구관장이 소유한 1만여권의 책들이 빽빽히 차있어 다소 좁아보이지만 휴게실같은 아늑함이 느껴진다. 음악이 없으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관장의 신조(?)때문인지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실내를 가득 메워 더욱 편안함을 느끼게한다.

여기에는 소설에서부터 시집, 동화책, 수필집, 평론집 등과 각종 전문서적까지 다양한 책들이 갖춰져 있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5천여권의 한국잡지 창간호들.

30여년동안 청계천, 인사동, 고물상 등을 돌아다니며 어렵사리 수집했다는 이 창간호 잡지들에 구관장은 남다른 애착을 갖고있다.

“대학원시절 어떤 자료를 수집하다가 우연히 창간호 잡지를 모으게 된 것이 오늘에이르렀는데 귀한 자료들이 많습니다”

도서관에는 ‘백광(1937.1)’ ‘신천지(1953.4)’ ‘신세계(1956.6)’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한 창간호들이 여러권 전시돼있다.

이 가운데 구관장이 가장애지중지하는 잡지는 ‘새길(1946)’ 창간호. 누렇게 바랜 종이의 겉표지에 김구선생의 친필 제호가 씌워져 있는데 구관장은 잡지의 훼손을 막기위해 비닐커버를 씌워 따로 보관하고 있다.

버려진 소파나 의자, 책상 등을 가져와 재활용한 실내장식은 이 문학도서관의 또 다른 운치를 자아내고 있다. 또 어린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키에 맞춘 의자를 배치하는 세심함도 보이고있다.

문학도서관을 찾는 사람은 하루 평균 20명 정도로 구관장은 누구나가 마음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유용한 장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구관장은 학교수업과 강의, 창작활동 등으로 늘 바쁘게 지내는데 그속에서도 문학도서관의 운영이 원활한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크기 때문이다. 청소는 물론 커피나 석유 등이 부족하면 누군가 금새 사다놓는다고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자신의 사비를 들여 이런 장소를 마련해 놓긴했지만 재정적인 지원이 전혀 없어 운영에 어려움이 따르고, 이곳을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에게 보다 많은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유일의 문학도서관을 통해 문학사랑을 실천하는 구관장의 작은 소망은 ‘문학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문학랜드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도서관, 박물관, 놀이기구 등이 함께 모여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조그만 공간”이라고 말하는 그는 각박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문학을 통해 정서적으로 뭔가 도움을 주고싶다고 한다. 문의(032)668-7308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