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칠거지악

옛날에 아내를 내쫓는 이유가 되었다는 일곱가지 사항 七去之惡이 정치판에도 등장했다. ‘아나기(아줌마는 나라의 기둥)’라는 시민단체에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겠다는 이른바 ‘국회의원후보 칠거지악’이다.

자동차 문을 비서가 뛰어와서 열어주어야 헛기침하면서 내리는 후보가 칠거지악의 첫번째이다.

사방에 ‘사람 병풍’을 두르고 다니는 사람도 칠거지악 후보의 하나이다. 이들은 어딜 가든 자신이 가운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소 주민을 위해 한 일도 별로 없으면서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들 앞에 나타나는 후보도 마찬가지다. 현역의원이라고 해도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후보이다.

합동유세장에서 자기 연설을 마친 후 다른 후보의 연설은 들을 생각도 않고 철수해 버리는 후보나 연단에 올라서자 마자 상대 후보를 헐뜯는 데 제 정신을 못차리는 후보도 칠거지악에 속한다.

국회의원후보의 지악이 어찌 ‘아나기’가 내놓은 것 뿐이겠는가.

근래 정치 고수라는 위인들이 이 동네 저 동네로 구걸하다시피 다니면서 내뱉는 지역감정 유발 언행은 이제 환멸까지 느끼는 지악이다.

‘내 탓이오’라고 사죄하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지만 무엇이든지 잘못된 것이면 다른 당, 상대방 탓이라고 목청 높이는 정치꾼들의 지악은 구렁이 처럼 징그럽다.

‘선생님’ ‘총재님’하면서 충성을 하는 척 하다가 별안간 뜻이 안맞는다고 돌아서서 독재자라고 공격하는 사람들의 지악 또한 지겹다.

도대체 국회의원이 왜 있어야 되는지, 유권자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 국회의원 노릇은 왜 하려고 하는지를 오늘날 정치판은 판단하기 어렵게 한다.

‘국회의원후보 칠거지악’이 아니라 ‘백거지악’이 되는 것 같아 두렵기까지 하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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