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나이에 홀연히 집을 떠나 필·묵과 전각칼 한자루를 쥐고 살면서 죽어서 다시 태어나도 석(石)·도(刀)·필(筆)·묵(墨)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진영근씨(43).
서예의 본질은 철저히 지키면서 그만의 독특한 조형적 서예술로 대중을 찾아나서는 진영근씨의 세번째 개인전이 ‘수리산 기슭에 필묵(筆墨)의 꽃을 피우다’라는 제목으로 오는 17일까지 군포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진씨는 지난 91년 제3회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전각부문 우수상과 제4회 서예문화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중국 제3회 전각평전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우수상을 차지하는 등 수상경력이 화려한 작가.
특히 95년 1월 첫 개인전(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위한 찰지인전) 이후 채근담 1만2천611자를 완각하여 ‘헤매는 자를 위한 길잡이(심각 채근담)’란 이름으로 출간, 서울 인사동 백악예원에서 전시를 갖기도 했다.
그는 이 작업을 마치고 검은 머리와 수염이 하루만에 희어져 ‘사십이세 백수자도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현재 한국서예협회 경기도지부장과 대한민국현대서예대전·경기도서예대전 등의 초대작가를 역임하고 있으며 올해 초 ‘새천년 새아침전’을 개최하는 등 왕성한 작품활동을펼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내 등에 어펴보오’라는 유전시를 읊으며 그의 아내와 아이들을 등에 업고 수리산 골짜기로 찾아든 지 일곱번째 봄을 맞아 쓸쓸하고 삭막한 수리산 기슭에 필묵의 꽃을 피워 그가 사는 동네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것. 특히 이번 전시를 그의 딸(진리)을 위해 열 정도로 그의 가족사랑은 각별하다.
전각을 비롯한 독특한 작품으로 서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열고 이를 보급해온 작가는 보다 많은 대중들과 만나고 그의 작품세계를 널리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www.simin-art.com)를 개설하기도 했다.
수리산지기를 자처하며 자기의 예술을 사가라고 외치는 진영근의 세번째 개인전은 그의 말처럼 봄의 길목에서 필묵의 꽃내음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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