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신기루

고등학교 진학도 뒤로 한 채 연기학원에 다녀 청소년 드라마에 몇번 출연했던 한 10대가 상습적인 본드흡입자가 돼 경찰에 구속됐다. 드라마 출연이 좌절되고 결국 퇴출당하자 마약·본드에 손을 댄 것이다.

열 아홉살 때 주연급으로 영화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한 여배우는 데뷔후 연기력 부족 등의 지적을 받고 물러난 뒤 강남의 한 술집 룸 살롱 ‘마담’이 되었다.

한때 10대들의 우상이었던 모 가수는 대마초 흡입으로 몇차례 구속되곤 하더니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고, 나이트클럽과 미장원에서 일하는 왕년의 인기 댄스그룹 멤버들도 있다.

10대들 중심의 편향된 대중문화가 연예계를 휩쓸면서 ‘스타 열병’에 시달리는 수 많은 N세대들이 이렇게 절망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도처에서 나타난다.

한해 2천명이 넘는 신인가수들이 음반을 내지만 살아 남는 사람은 1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힘겹게 스타가 돼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가수의 경우 음반 50만장 이상을 팔아도 홍보·의상비용 등을 빼고 나면 용돈 정도만 남는다. CF나 이벤트 행사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수입을 매니저나 제작사에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인과 매니저가 맺는 계약서를 ‘현대판 노예문서’라고 부른다.

5장의 앨범을 40만장 이상씩 팔며 활동중인 인기 댄스그룹 멤버 K씨의 경우도 번지르르한 외제 승용차 한대가 재산의 전부다.

N세대들이 스타세계에 대한 환상으로 겉만 보고 부나방처럼 달려들었다가 이내 좌절하고 만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마치 요즘 4·13총선을 앞둔 정치판과 같다. 국회의원에 출마하려는 군상들을 보면 ‘스타 신기루’에 정신이 빠져 전후 좌우를 제대로 못가리는 N세대들 같아 도무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국회의원 신기루’가 ‘스타 신기루’보다 더 허황되고 마약적인 것 같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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