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정진용씨 사라지는 아이들 출간

‘…/일주일 전 자퇴서에 도장을 찍고/ 손 흔들며 교실 떠난 너를//착실했던 일년 개근생이란 작년 담임의 간절한 변론이나/ 상담교사의 조언도 일말 도움없이/ 자퇴 희망서에 학교장 결재가/ 선뜻 나는 그 순간/…/부모 이혼한 현두/ 아버지 없는 재암이/새엄마 밑에 눈칫밥 먹는 병우 등/절친한 친구가 있는 옆반 담임들은/ 한꺼번에 긴장을 했었다//어설피 외운 수학 공식대로/주유소에나 갈거라며/초점없이 떠난

너/…/가정과 학교에서 밀리고 쫓겨나/낮이면 건물 숲 넋없이 숨었다가 밤이면 소주방 비디오방 PC방으로 헛날개짓 전율하는 너희들// 언제쯤 저 파아란 하늘 향해/작은 꿈 마음껏/ 펼칠 수 있을 테냐 (사라지는 아이들2 중에서)

수원 권선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중인 정진용씨가 첫번째 시집 ‘사라지는 아이들’을 출간했다. (한결 미디어 刊)

그는 이 시집에서 ‘IMF의 겨울’, ‘사라지는 아이들’ 시리즈 연작시, ‘탁란’, ‘어달항’, ‘마음이 흐를 아름다운 여울을 찾아서’‘글을 마치며’등으로 나뉘어 실었다.

이중 ‘사라지는 아이들’연작시들은 그가 직접 교단에서 마주쳤던 아이들의 숱한 아픔과 상처들이 배어 있는 시다.

‘부녀자 강강 추행죄로 줄곧 소년원에 있던’인서나 수업료를 챙겨 가출한 재룡이 등등 왜곡된 삶의 주체들이면서 동시에 그 희생자들인 아이들을 그리면서 그들에 대한 애처로운을 담아내고 있다.

가정이나 학교 그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하고 소주방이나 PC방, 비디오방, 주유소를 전전하는 가출소년소녀들. 이 울타리 밖의 어린 양들을 십자가처럼 지고가야 하는 숙명. 이것은 교사로서 어쩔 수 없는 천형의 벌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아무리 현실을 아파해도 다시 좌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 영동 출생으로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92년 경기민문협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사람과 땅의 문학’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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