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남·북간 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을 발표함에 따라 그동안 진퇴를 거듭해 온 남·북 공연예술 교류가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민간 주도로 추진돼 온 남·북 공연예술 교류가 양측 정상회담으로 한층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데다 그동안 한걸음 뒤로 물러서 있던 정부 차원에서도 정상회담의 의미를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 교류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개최된 남·북간 공연예술 분야 교류는 모두 10여 차례. 세계적 냉전 분위기 속에서 전혀 교류를 갖지 못하다 지난 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방문’이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개최됨으로써 첫 물꼬를 텄다.
이어 89년 6월 ‘남북교류협력기본지침’이 발표된 뒤 이듬해 10월 평양에서 ‘범민족통일음악회’가, 12월에는 서울에서 ’송년통일전통음악회’가 각각 남측과 북측예술단의 교환공연 형식으로 잇따라 마련됐다.
이후 북한 핵문제와 강릉무장간첩사건 등의 문제에도 불구, ‘사할린 제1회 통일예술제’, ‘뉴욕 한겨레음악회’(92년), 그리고 98년 리틀엔젤스예술단의 방북공연 등의 교류가 간간이 이어져 내려왔다.
민간 차원으로 남·북간 공연예술 교류의 첫 문을 연 것은 지난 98년의 ‘제1회 윤이상통일음악회’. 남측의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북한의 윤이상연구소는 한국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인 고(故) 윤이상 선생의 서거 3주기인 98년 11월 3일부터 5일까지 평양 모란봉극장과 윤이상음악당 등지에서 이 음악회를 개최함으로써 민간 공연예술 교류의 첫 장을 장식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코래콤과 SBS는 젝스키스와 핑클 등 신세대 가수를 비롯한남·북 대중가수들이 한 무대에 선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를, MBC와 ㈜SN21엔터테인먼트는 안치환과 코리아나 등이 참여한 ‘민족통일음악회’를 각각 개최함으로써 남·북 공연예술 교류의 활성화 가능성을 한층 높여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공연기획사 CnA코리아가 지휘자 금난새의 유라시안필하모닉과 소프라노 조수미 등 남.북한 및 세계 각국의 음악인들이 함께 출연하는 ‘2000평화를 위한 국제음악회’를 지난 5일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개최키로 했다 공연 직전 이를 5월로 연기함으로써 ‘공연예술 교류의 퇴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최근의 추이와 남·북간 상황 등으로 미뤄 올 6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은 그동안 일보 진전과 일보 후퇴를 반복했던 남·북 공연예술 교류에 한층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공연예술계의 전반적인 전망이자 바람이다.
즉 그동안 민간 주도로, 남측의 거의 ‘일방적인 구애’로 추진 또는 성사돼 온공연예술 교류가 이번 정상회담으로 인해 정부와 민간의 총체적인 교류, 남과 북이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상호교류로 더욱 확대발전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그동안 불가능했던 서울에서의 북한 민간 공연단 공연관람은 물론 남·북 양측 공연 관람단의 자유스러운 상호 방문까지도 가능할 수 있을것이라는 게 6월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다.
문화비평그룹 21세기문화광장 대표 탁계석 씨는 “그동안 남·북 양측 고위 당국자의 결의가 없는 상황에서 민간차원으로 추진돼 온 문화교류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순수 공연예술 교류를 통해 분단문제를 해결하고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문화교류의 봄’을 맞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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