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문화예술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개막된 제3회 광주비엔날레의 북한미술 특별전이 많은 관심을 끌고있다.
‘북한 미술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제목으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에는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 활동했던 북한의 대표적 작가 45명의 작품 75점이 망라돼 북한미술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있다.
북한 미술이 국내에 선보인 것은 90년대 이후 국내 무역업자들이 북한작품들을 유통하면서부터지만 본격적인 전시가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작품 대부분이 출처가 불분명한데 비해 이번 작품들은 북한 최고 창작기관인 만수대창작사의 소장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받는 작가는 이쾌대, 김관호, 김주경 등 원로 및 월북화가. 한국근대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월북작가 이쾌대의 ‘해변의 바위’와 ‘숲길’이 눈길을 끌고, 북한이 자랑하는 전설적 천재화가 김관호(1890-1959)의 작품 ‘홍경선’(1948), ‘정상공박창식’(1955), ‘공장’(1956) 등 4점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일본 도쿄미술대 수석졸업생인 김관호는 1927년 절필한 후 해방 이후에서야 활동을 재개해 이번 공개작품이 한국근대미술연구에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미국 워싱턴에 거주하는 독일 사학자 프랭크 호프만의 소장품이다.
또 인공기를 직접 디자인한 김주경(1902-1981)의 ‘숲의 풍경’과 ‘추수기의 들녘’도 선보이고 있으며, 김일성의 초상화를 최초로 그려 계관인이 된 정관철(1916-1983)의 ‘자화상’도 출품됐다. 그런가 하면 강영일(1972-), 강춘길(1964-), 김영덕(1964-) 등 소장 또는 중견 조각가 8명이 완성한 ‘밀림의 아침’ ‘첫 등교’ ‘재미나는 책’ 등 조각작품도 처음으로 남한에 왔다.
이밖에 이번 광주비엔날레에는 북한 특유의 보석화와 골뱅이화가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골뱅이화는 성모 마리아를 소재로 한 것이 많은데, 이는 골뱅이화가 유럽의 주문을 받아 수출되는 예술장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특별전을 기획한 큐레이터 유재길씨는 “그동안 북한미술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번 비엔날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첫 공식전시로서 북한미술의 이해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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