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음악이 어디 있습니까? 말은 안하지만 모두 최고상에 많은 상금을 받고싶은 것 아닙니까?”
10일 오후 5시께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뒤 대기실은 서로 격앙된 분위기로 싸움터를 방불케 할 정도였고 20여명이 목청을 높이며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
이날 사태는 난파음악콩쿠르 경연도중 몇몇 합창부 출전팀의 부정단원에 대한 고발장이 주최측에 접수되면서 불거졌다.
정정당당한 경연으로 순수 음악을 위한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행사가 상금과 입상을 노린 일부 단체들이 전문합창단이나 성악전공 학생 같은 부정단원을 출전시켜 이로인한 시비와 말썽이 끊이지 않었던 것은 매 콩쿠르때마다 있어온 일이었다. 실제로 몇해전엔 어느 단체가 20여명의 부정단원을 출전시켜 입상을 거머쥔 경우도 있었다.
주최측은 진정한 콩쿠르의 정신을 되살리고 이러한 부패를 뿌리뽑고자 콩쿠르 며칠전부 출전팀들과 모임을 갖고 부정단원을 출전시킨 팀은 다음 대회의 출전자격을 박탈할뿐 아니라 입상을 취소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대표자들의 다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경연도중 일부 고발장이 접수돼 대표자들이 각서를 쓰고 진위를 가리기 위한 사진판독 작업을 하느라 시상식이 무려 한시간 가량 지연되면서 주최측의 그러한 노력은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결국 이날 행사는 차후 사진판독으로 사실여부를 가린 후 시상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상장만 전달한 채 끝이난 반쪽짜리 행사가 돼 버렸다. 또 일부에선 내년부터 합창부문을 없애자는 극단적인 의견도 제기됐다.
난파 홍영후 선생의 넋과 음악적 위업을 기린다는 취지로 지난 1969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32회째를 맞은 난파음악콩쿠르. 더구나 난파 탄신일에 맞춰 열리는 합창부문은 1회때부터 신설됐던 부문으로 그 역사와 위상은 높다고 할 수 있다.
여럿이 화합해 하나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듣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의 풍요를 전해주는 합창음악. 순수 아마추어 음악인들을 위한 축제의 장으로 즐거움이 넘쳐야 할 행사장이 상금과 입상 욕심에 얼룩져 버린 현장을 나서며 이러한 부정이 근절되지 않는 한 우리 합창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만 했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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