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얻어진 천연 돌가루를 이용해 생채화작업을 해 온 무운(無雲) 김기중 화백의 생채화전이 11일부터 24일까지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만석공원내에 위치한 수원미술전시관 제2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김화백의 전시는 현재 수원미술전시관 제3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석선암스님의 연꽃사진전과 함께 ‘아름다운 수원 만들기’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전시다.
불교계와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수원팔경의 하나인 북지상련을 복원하고 아름다운 수원을 만들기 위한 범 시민운동으로 마련한 행사인만큼 전시된 작품의 소재도 대부분 연꽃을 다룬 것이다.
원래 전통 조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화백은 스스로 자신을 ‘작가이기 이전에 구도자’라고 할만큼 오랜동안 산속에서 도량을 닦아 온 인물. 산속에 있다보니 자연이 눈에 띄는 돌들이 많았고 이러한 것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그의 생채화 작업은 시작되었다.
생채화란 돌, 흙 등 자연에서 얻어진 색들을 이용해 그린 작품으로 아직 화단에서는 정식 미술장르로는 인정되지 않은 기법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자연의 색은 하늘의 색과 땅의 색, 그리고 중간의 색으로 구분된다. 넓고 맑은 하늘의 푸르름과 무엇이라도 다 담아낼 수 있는 가지각색의 큰그릇의 대지, 그와 더불어 존재하는 만물들, 생채화는 이 모든 것들이 다 재료가 되어 물감이 되는 것이다. 그는 “특히 대지의 색은 너무나 아름다워 감히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색들로 가득하다”며 “아무렇게나 방치된 돌무더기, 강가의 작은 돌멩이조차도 저마다의 빛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화백은 이 색들을 모아 화폭 속에 펼치기 위해 전국을 다니며 돌, 흑 등을 채취하고 손수 쇠절구에 일일이 빻아 체에 거르고 물에 씻기도 하고, 때로는 솥에 볶아 정제하여 고운 가루를 내어 물감의 재료로 만들었다. 또 이러한 것들을 나무의 진과 여러가지 혼합물을 이용해 캔버스 위에 펼쳐냈다. 이중에서 온도를 맞추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까다로운 과정이다. 이처럼 노동의 수고로움을 동반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하나의 빛깔이 되어 산과 바다, 나무, 꽃이 화폭에 담겨지면 그 보람은 다른 작업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화성 보통리 마니산방 인근에 생채화와 전통조각을 토대로 한 60여평의 문화공간도 계획중인 그는 아직은 회원이 몇명 되지 않는 생채화연구회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무엇보다 전통 조각과 설치미술 등의 작업, 교육, 판매까지 연계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 생각이다. 또 무엇보다 그 공간이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만나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되도록 꾸며나갈 예정이다.
모두 20점의 생채화가 전시되고 있는 이번 전시는 종교적 차원을 뛰어넘어 그동안의 일반 전시에서는 접하기 힘든 작품들이 전시돼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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