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작가 임영선씨 화성씨랜드 참사 재현

전국적으로 건조주의보가 발효중인 가운데 강원도지방을 중심으로 대형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은 인명과 재산을 순식간에 모조리 빼앗아간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그리고 그 상처와 후유증이 무척 오래 가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가장 소중한 사람과 공간을 일거에 잃는다는 상실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슬픔이자 고통이다.

설치작가 임영선(41) 씨는 화마(火魔)의 공포와 그 극복을 내용으로 한 ‘천사의 방’전을 1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마련하고 있다.

그는 미술관 전관에 갖가지 형태의 작품을 전시해 화재의 충격성을 다시 일깨우고 희생된 영혼들을 따스하게 감싼다.

이번 전시의 소재는 작가가 당한 화재사건과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화성 씨랜드 참사다. 임씨는 시간과 공간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두 사건을 명쾌하게 대비시킴으로써 메시지 전달효과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먼저 1층에 있는 제1전시실(제목 : 장소-시간-재난)에 들어가면 시커멓게 그을린 잔해들이 어지럽고 처참하게 널려있어 관람객을 일순 당혹스럽게 한다. 이 풍경은 작가가 1998년 8월 중순에 직접 당한 화재현장을 그대로 옮겨 재현해 놓은 것. 당시 화재로 작업실을 몽땅 잃어버린 그는 화재의 잔해를 훼손하지 않고 보관해오다 이번에 생생한 작품으로

내놓았다.

1층 전시실이 고통으로 가득찬 지옥을 상징한다면 2층의 두개 전시실은 어린 영혼들을 회상하고 위무하는 천상을 뜻한다.

제2전시실(제목 : 천사의 손으로)은 씨랜드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 18명의 두상형상을 사각 유리상자에 넣었고, 상자마다 부모와 가족의 음성이 흘러나오게 했다. 사충격을 이기지 못해 뉴질랜드로 이민간 가족의 작품은 빈 공간으로 남겨 안타까움을 더한다.

제3전시실(제목 : 천사의 방)은 제2전시실의 연장으로, 소형 TV브라운관 18개에 참사 어린이들의 생전 비디오 필름을 각각 편집해 재생시켰다. 사방에서 천진스럽게나오는 이들 어린이의 생전 모습과 육성은 말할 수 없는 감회를 관람객에게 안긴다.

임씨는 “산업사회가 파생시키는 인간생명의 존엄성, 안전에 대한 무감각증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극과 아픈 상처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잃고 찾아야 하는지를 묻고싶었다”고 제작의도를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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