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박요아씨는 그림으로 못다 한 얘기를 책으로 내기 위해 지금 글쓰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는 근사한 자연의 경관이나 막연한 이상을 표현한 추상작품 보다는 우리 생활 주변의 일상을 그리는 게 즐겁다. 소재자체도 소박하거니와 화선지에 번지는 먹선과 담채가 더욱 정겹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관람할때는 그 어느 작가보다도 대화가 필요하다. 그의 말을 빌리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관람객에게 이해시켜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수원에 위치한 갤러리 ‘그림시’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두번째 개인전에는 그의 근작 19점이 전시돼 있다.
‘하얀고목’ ‘하얀가난’ ‘굴비’ ‘노가리’ ‘명태’...
앞서 말한대로 그의 작품을 그냥 본다면 ‘굴비’는 단순한 굴비이고 ‘명태’는 ‘명태’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작품 하나하나에 깊은 뜻을 담아내고 있으며 관람객들이 그 뜻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굴비’는 ‘빛과 소금’을 상징한다. 상하지 않고 맛좋게 하기위해 소금에 절인 것을 햇볕에 말린 굴비, 소금이 굴비 살속에 녹고 스미는 것처럼 우리는 이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명태는 하나도 버리는 게 없다. 아가미젓, 창란젓, 명란젓 등 젓갈만해도 그렇다. 자기 속까지 다 내어서 자신을 희생하는 명태의 삶에서 어차피 죽으면 썩어 문드러질 육신을 필요한 누군가에게 주는 ‘장기기증’을 배워야 한다. 이는 그의 말이 아니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얘기다.
이처럼 그의 작품 속에 담긴 깊은 뜻은 모두 성경을 바탕으로 한다. 성직자가 배출되었고 5대째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자란 탓에 그의 작품의 근본은 종교, 즉 가톨릭이다.
흔히 ‘성모상’이나 ‘십자가’등 종교적 상징물들을 그려야만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는 고정관념도 그의 작품 앞에선 깨어진다.
“작가와 관람객이 대화로서 작품을 얘기하기 전에 평론가가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항상 좋은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을 것이라고 한다. 아마 오는 4회 개인전때는 작품과 더불어 그의 책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광명미술상 수상, 경기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현재 미협, 성묵회, 한·일미술교류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0331)246-2406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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