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국민들은 몇몇 비리에 관련된 여인들의 커다란 사진을 신문지상에서 심심찮게 접하게 됐다.
지난해 8월 전국을 떠들석하게 했던 옷 로비 사건에서부터 최근의 ‘린다 김 로비사건’에 이르기까지.
이들 사건은 내용은 다르지만 특이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여인들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 외에도 모두가 “억울하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옷로비 사건의 4인방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참, 거짓이 서로 맞물려 있던 상황임에도 불구, 청문회에서조차 한결같이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할 수 있다”고 서로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백두사업 비리의혹에 연루된 린다 김 역시 사건이 불거진뒤 칩거를 해오다 지난 12일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첫마디가 “난 억울해”라는 말이었다.
특히 린다 김은 17일 주요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이원성전국방장관이 밝힌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 부인으로 일관, 국민들을 상대로 두 사람중 하나는 거짓을 말하고 있음을 증명해줬다.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취재조차 거부해왔던 린다 김의 방송출연은 검찰의 수사유보 방침과 맞물려 사건이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반증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국가안보와 직결된 대국민 의혹사건도 남녀 사이의 스캔들로 잠시 언론에 ‘반짝’했다가 다른 의혹들처럼 국민들의 관심사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는 말이다.
“의혹만으로 수사할 수 없다”는 여당과 검찰의 어정쩡한 태도 역시 이들 사건의 공통점이다.
검찰은 의혹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고, 연루자들의 ‘변명’은 들어주면서도 국민들의 따가운 비난여론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각종 비리사건이 그 내용은 다르면서도 “억울하다”는 관련자들의 변명이 한결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작 억울한 것은 이같은 비리의혹 사건들을 서글픈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국민들이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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