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17,18일 화려하게 펼쳐졌던 ‘2000 수원국제음악제’.‘음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정작 음악적인 측면보다는 수원시의 이벤트적 기질이 돋보인 행사였다.
먼저 17일 수원야외음악당에서 펼쳐진 안드레아 보첼리와 조수미, 정명훈의 공연에 참석한 인원은 무려 1만5천여명. 비싼 공연입장료(7만원, 5만원, 3만원)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관객이 유료관객이었다는 점과 관람객들의 매너 또한 좋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또 출연진뿐 아니라 사회 저명인사와 유명 연예인, 외국인 대사등이 대거 참석해 국제음악회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으며 시가 수원국제음악회를
수원양념갈비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상품으로 묶어 100여명의 문화회원을 유치한 것도 좋은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날즈음 분위기가 한창 무르 익었을 때 수원시장이 출연자에게 명예시민증과 선물을 준다며 무대에 올라가 ‘깜짝쇼’를 연출한 것은 공연의 맥을 확 끊어놓은 옥의 티가 아닐 수 없다. 꼭 그때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줄 수 있었던 것인데 굳이 음악회의 열기가 고조된 시점에서 줄 필요가 있었을까.
이는 연주자와 관객을 무시한 ‘국제음악회’라는 이름에 걸맞지않는 행태로 주변에선 시장의 얼굴알리기 속셈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비아냥 거렸다. 또 무리하게 인근 도로를 통제하는 바람에 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도 그렇다.
15일과 18일 도문예회관에서 열린 연주회는 상당히 의미있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17일 공연에 가려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수원국제음악제가 스타성에만 의존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성황리에 열린 17일 공연도 지난해 수원국제음악제의 기획을 맡았던 공연기획사 CMI가 모두 맡아서 했다는 점을 든다면 수원국제음악제는 CMI의 기획력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행사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음악회의 성패여부가 표면적으로 동원된 관객수가 말해준다면 언제나 관객이 따라붙는 스타의 공연보다는 비교적 덜 집중되는 공연에 보다 심혈을 기울였어야 했다.
수원국제음악제가 앞으로 더욱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기위해선 ‘보여지는 것보다 보여줄 수 있는 것’에 더욱 더 비중을 두고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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