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남한과 북한은 서로 간에 마땅한 호칭을 쓰지 못했다. 한때는 서로를 ‘괴뢰(傀儡)’라고 칭했다. 남한측은, 한국 이북지방에 ‘북한괴뢰’가 있다고 했고, 북한측은 남한을 ‘남조선 괴뢰’라 칭했다. ‘괴뢰’는 ‘꼭두각시’이다. 남한과 북한이 어디의, 누구의 꼭두각시인가.
1991년 9월 남한과 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할 때는 엄연히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정식 국호(國號)를 썼다. 그런데 북측은 한때 한국을 소위 ‘공화국 남반부’라고 했다. 한국은 북한을 ‘한국의 미수복지역’이라고 했다. 이러한 국호를 사용했던 것이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과연 잘 성사될까’하고 가슴 졸인 남북정상회담이 6월13일부터 15일까지 평양에서 잘 끝났다. 2000년 6월15일자로 공포된 남북공동선언문 맨 마지막에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이라고 적고 서명했다.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와 지난 5월18일 발표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실무절차 합의서에 이어 세번째로 남북합의서에 국호가 명시된 것이다.
한반도의 남한과 북한은 세계100여개 국가와 국교를 맺고 있으며 이미 일본과 미국도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또는 DPRK라고 부르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와의 외교관계에서는 한반도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있다는 존재시인이 되고 있으나 오직 우리 민족 남북사이에만 서로 상대방의 공식 국호를 기피하고 있다. 동포로는 생각하여도 국가로 인정하기는 어려운 것인가. 언제까지 남쪽, 북쪽이라고 호칭할 것인가.
/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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