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유이(太陽有耳)…해도 귀가 있다?
중국 엄호 감독의 ‘태양유이’는 1920년대 군벌세력들이 뒤섞여 싸움을 벌이던 혼란기 중국역사가 꼬일대로 꼬인 한 여인의 비운의 삶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영화다.
1996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이 영화의 전반적인 스크린 색채 톤은 ‘붉은 수수밭’, ‘태양의 제국’, ‘홍등’과 비슷하다.
격동기를 지나온 주인공들의 인생을 쉽게 감지케 하려는 듯 스크린은 온통 황토색과 붉은 색 투성이다.
광활한 대지의 어느 한적한 황톳빛 시골마을이 배경이다. 그 마을에서 나무껍질로 연명하던 빈농 ‘천우’(고강)는 곡식을 얻기 위해 군부세력가 ‘반호’(우용)의 침실로 자신의 아내 ‘유유(장유)’를 몰아넣고, 허기와 정조 사이에서 갈등하던 유유도 뒤늦게 참된사랑에 눈떠 반호에게 빠져든다.
무식하고 거칠기만 한 남편에게서 느끼지 못한 삶의 온기를 발견한 유유는 그러나 총사령관 자리에 오른 반호가 권력과 야망에 눈이 먼 것을 보고 그에 대한 사랑과 증오의 이중적인 감정에 괴로워하다 처절한 선택을 하게 된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일만이 유일한 관심사였던 여인이 자신을 되찾으러 온 천우에게 ‘당신은 날 물건 취급했어요’라고 거부하는 것이나 반호와 함께 유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서양음악을 들으며 ‘너무 아름다워요’라고 감탄하는 것은 삶의 질과 사랑, 인간의 존엄과 정의의 가치에 눈을 뜨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8일 개봉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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