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시조 중에는 지은 이 성명은 있지만 인적사항이 없고 아예 이름도 모르는 작자미상의 작품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내 정은 청산이요. 임의 정은 녹수로다.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녹수도 청산 못잊어 밤새도록 울어 옌다.”“말은 가려 울고 임은 잡고 아니 놓네/ 석양은 재를 넘고 갈 길은 천리로다/저 임아, 가는 날 잡지 말고 해를 잡아라”“창 밖에 국화를 심어 국화 밑에 술을 빚어/술 익자 국화 피자 벗님 오자 달 돋아온다/ 아희야 거문고 청쳐라, 밤새도록
놀리라”
작자와 지은 연대는 알 수 없으나 ‘근화악부’‘청구영언’‘해동가요’등에 실려 전해져 널리 애송되는 작품들이다.
작자미상 작품은 시조만이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 산천초목에 서려 있는 전설은 소설이요,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구비동화(口碑童話)는 구비문학 중의 동화 장르에 속한다.
작자미상 작품은 또 있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된 망부석, 귀여운 모습의 동자석, 마을의 수호신으로 악귀와 외적을 막아 주며 이정표 역할을 하던 장승과 벅수(영남지방에서 일컫는 돌장승), 높이 올라서 먼곳까지 마을의 안위를 살피던 솟대도 작자미상의 조각작품이다.
왕릉과 사대부 집안의 묘에서 망자의 혼을 지키는 문인석·무인석과 그 앞에서 해학적 얼굴로 무덤을 보호하던 석수(石獸)도 이름 모르는 옛 석공들의 작품이다.
용인시 양지면 양지리 山 6의1에 있는 세중(稅仲)돌박물관에 가면 신라∼조선시대 돌조각 1만여점이 전시돼 있다. 양지리의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한 5천여평의 부지에 작자미상의 돌조각들을 보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느낌이 가슴에 와 닿는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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