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무더위를 악몽과 환상, 폭력과 욕망 등으로 시원하게 풀어줄 9일간의 ‘판타지 영화여행’이 시작된다.
영화매니아들의 큰 인기를 끌고있는 제4회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13일부터 21일까지 세계 30여개국에서 초대된 장편 90개, 단편 55개 등 145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올해 부천영화제의 모토는 ‘자유·저항·반란’. 상당히 도발적이고 반란적인 느낌으로 부산과 전주 두 국제영화제와는 다른 이미지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영화제는 살인에 중독된 젊은 여피족의 이야기를 다룬 개막작 ‘아메리칸 사이코’로 ‘자유·저항·반란’의 시작을 알린다. ‘나는 앤디 워홀을 쏘았다’로 급진적인 페미니즘을 선언한 매리 해론 감독의 ‘아메리칸 사이코’는 그칠 줄 모르는 탐욕을 살인으로 해소하는 젊은 군상의 모습을 여과없이 카메라에 담아 미국 개봉시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폐막작 역시 피투성이 살인극인 한국영화 ‘가위’. ‘호러 게임 무비’를 표방한 작품답게 참혹한 죽음을 쉴새 없이 엮어가며 다소 구역질나는 피냄새로 극장을 메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지막 신이 ‘가히 충격적’이라는 이 작품에는 유지태, 하지원, 김규리, 최정윤, 유준상 등 젊은 배우들의 연기도 볼만하다.
매년 새로운 감각으로 관객들을 접하겠다는 올 부천영화제의 변신도 주목할 만 하다. 지난해까지 5개였던 섹션이 올해는 8개로 세분화되면서 경쟁 부문이 강화됐다.
이 가운데 올 부천영화제의 의지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21세 미만 관람불가 작품 6편이 들어있는 ‘제한구역’부문.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소재와 윤리에 역행하는 성관계가 관객을 경악하게할 ‘제한구역’부문은 위험한 상상력을 스크린속의 현실로 그려낸 섹션이다. 존속 살해와 가학적인 섹스, 비열한 인간군상 묘사가 겹치면서 우리가 지켜온 도덕을 위협한다.
‘록큰롤 프랑켄슈타인’‘위험한 아이 홀기’‘나이트 트레인’뿐 아니라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 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강철’‘아티스트(집착)’‘씨어터’ 등의 한국영화도 눈에 띈다.
영화제의 꽃인 ‘공식경쟁’부문은 각각 10편의 장편과 단편을 선보인다. 장편의 대부분은 은밀한 욕망 혹은 알 수 없는 사악한 힘에 의한 살인으로 일관돼 있다.
공식경쟁부문에서 제외된 영화들은 ‘월드판타스틱 시네마’라는 섹션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이 가운데 ‘링0’‘링1’‘링2’으로 이뤄진 ‘링 3부작’이 주목받는 작품. ‘소용돌이’‘식스팬’‘비밀의 호수’ 등이 한여름밤에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모두 ‘살인·잔인·전율’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만 있는 게 아니다.
부천영화제의 모토와는 반대 이미지의, 편안한 꿈과 낙관적인 미소가 느껴지는 ‘영화광장’과 아이들을 위한 ‘가족영화’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올 부천영화제가 자랑하는 ‘판타스틱단편걸작선’과 국내 팬들은 좀 처럼 만나기 힘든 ‘핀란드 특별전’, 한국영화의 새로운 경향을 그린 ‘메이드 인 코리아’도 부천을 찾은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032)345-6313∼4
/신현상·조정호기자 hs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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