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기타 모든 영역에서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함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호주제’는 남녀 불평등과 부도덕의 대표적인 사례로 헌법 규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고, 이에 여성계가 호주제 폐지운동을 펼치고 있다.
수원가정법률상담소는 지난 7일 수원 팔달문 일대에서 호주제의 부당성을 시민들에게 알리며 호주제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다.
남편→아들→손자→딸→처→어머니→며느리로 이어지는 호주승계 서열에서 보여지듯 어려서는 아버지, 결혼 후에는 남편, 늙어서는 아들, 아들이 죽으면 손자의 말을 듣고 쫓으라는 사종지도(四從之道)를 한국여성들에게 법으로 강제하는 호주제는 시대착오적인 악법이므로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으며 폐지돼야 한다는 것이 여성계의 강한 주장이다.
현행 호주제는 남성은 혼인외 자녀를 낳더라도 자기의 호적에 올릴 수 있고 재혼을 하더라도 본인과 자녀의 호적이 문제되지 않는 것은 물론 혼인관계에서 태어난 딸보다 혼외관계(소위 불륜관계)에서 태어난 아들이 우선해 호주가 되도록 규정, 일부일처제마저 부인하는 제도라는 결론이다.
더욱이 부부가 이혼하여 아버지가 자녀에 대한 양육권과 친권을 포기하더라도 자녀는 아버지의 호적에 남아있게 되므로 함께 사는 엄마와의 관계는 ‘동거인’이 돼버리고 만다. 이럴 경우 자녀의 호적을 엄마의 호적에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아버지의 사망이후라도 엄마와 자녀는 호적에 함께 기록될 수 없다.
자녀들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 동일한 성을 갖게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 이를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낙인찍히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계에선 “호주제는 국민들에게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와 남녀차별의식을 심어주고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겨 심지어 여아낙태를 조장, 여성을 이등국민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원가정법률상담소 최미정소장은 “현행 호주제의 호주는 지난 89년 민법 개정이후 그 권리와 의무가 대폭 삭제돼 사실상 유명무실하고 관념적인 제도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호주제를 폐지해 양성평등·부부평등의 이념을 실현할 때 비로소 가족제도에 존재하는 비민주적 의식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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