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산가족 사이의 이혼소송, 재산다툼에 관련한 몇몇 사례의 소송 및 법률문제가 일부 지상에 보도되고 있다. 생사여부조차 몰랐다가 살아있는 소식이 알려진 재회기대의 감격속에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성급한 흥미위주의 과장보도인지, 아니면 세태가 그런 것인지.
요절한 손창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주연한 영화로 ‘동경 아리랑’이 있다. 젊은 여성들이 일본에 가면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허황된 꿈에 부풀어 건너갔다가 호스티스로 전락, 그곳 건달패의 노리개가 되어 돈은 커녕 인생 자체를 망치는 내용이다. 손감독 자신이 일본에서 7년간 영화공부를 하며 직접 보고 들은 얘기를 소재로 했다.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라는 KBS-1TV 특별생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다. 1983년 6월 30일부터 그해 11월 14일까지 무려 136일동안(453시간 45분)에 걸친 생방송으로 1만189가구의 국내 및 해외 이산가족을 만나게 해주었다. 6·25 전쟁때 가족이 헤어진 경위를 화면을 통해 서로 확인하다가 “맞다! 맞어!”하며 손수건을 적시는 재회의 눈물속에 기쁨을 터뜨리곤 한 감동의 프로그램이었다. UPI는 ‘텔레비전사상 최대의 걸작품’이라고 평했고 AP는 80여개국에 주요기사로 타전하는 등 세계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나중에 방송가에 들린 소식으로는 지극히 일부의 예이긴 하나 그중에선 ‘차라리 안만났던 것보다 못한 일이 벌어졌다’는 말이 들려 뒷맛을 씁쓸하게 한 적이 있다. 돈 탓이다. 다시 만나고보니 복잡한 재산다툼이 벌어져 서로 그리워하며 만나지 못했을때보다 못한 사이가 된 것이다.
돈도 좋지만 정이 앞서야 한다. 사람의 도리가 앞서면 재산문제는 절로 잘 풀릴수가 있다. 사람의 도리를 정이 아닌 법으로 먼저 풀려면 잘 풀리지도 않고 더 어려워진다. 서로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이산가족들의 좋은 만남이 되기를 바라고 싶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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