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강이 한곳으로 흐르는 곳 임진강

남북분단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채 반세기를 흘러온 임진강. 그러한 임진강이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남북의 대치상황으로 인적이 끊겨 철새들과 민물고기들만이 노닐던 임진강 양안은 그동안 삼엄한 경계의 눈초리로‘보이지 않는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새천년들어 남북정상이 만난이후 임진강을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아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분단의 상징인 임진강은

분단이전부터 북한쪽에서 흘러오는 물과 남한의 한탄강이 쉬지않고 합수했고 이러한 임진강은 1천200만 서울시민의 애환을 담은 한강과 합수해 서해로 흘러들었다. 분단의 역사를 같이해온 임진강을 재조명해본다. <편집자주>

# 임진강의 어제와 오늘

임진강은 함경남도 마식령에서 발원해 강원도 이천(伊川)의 고미탄천, 평강의 평안천, 철원의 역곡천, 강원도 김화군의 남대천, 포천의 영평천, 전곡의 한탄강, 장단의 지고천 등과 합류한뒤 한강 하류로 유입돼 황해로 흘러든다.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7개 시·군을 통과하며 길이 254㎞, 유역면적만도 8천118㎢에 달한다. 밀물시 바닷물이 파평면 장파리까지 올라오는 감조하천으로 배가 들나들 수 있는 거리도 무려 80㎞에 이른다.

조선시대에는 교통수로로서 화물선과 인마의 왕래가 빈번, 8·15해방전까지는 고랑포까지 큰 배가 드나들었고 작은 배는 안협(安峽)까지도 왕래했으며 파평면 장파리의 돌거리나루터와 임진나루 등은 나루터로서 유명하다.

또한 임진강은 곳에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적성면 어유지리와 율포리 일대에서는 구연강, 가월리 철교 북쪽에서는 신지강, 사미천과 학천이 합류하는 곳에서는 술탄, 주월리 일대에서는 강정강, 자장리에서는 자재강, 파평면 율곡리에서는 멸왜천, 임진면 낙화나루에서는 는 낙하, 교하면에서는 교하로 불리었다.

# 임진강과 역사

예로부터 고구려·백제·신라 3국의 국경이 되는 역사적 격전지이기도 하였다.

삼국시대에는 임진강을 칠중하(七重河)라 하였고 연천군에는 고구려 칠중현의 치소인 칠중성(七中城)이 있었다.

고구려 광개토왕은 이 강에서 백제군을 대파시킨 일이 있고, 신라 진흥왕은 이 강의 남쪽을 점령, 고구려와 경계한 곳이기도 했다.

신라가 당나라와 더불어 고구려를 정복하였을 때에는 칠중성이 있는 적성부근에서 이 강을 건너 평양으로 진격한 일이 있다. 또한 임진강 하류인 파주와 중류인 연천에서 구석기시대의 유물이 많이 출토되고 있어 학계에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 임진강의 자연환경

임진강유역중 장단의 임진강변 양안에는 신생대에 형성된 현무암류의 대지가 분포해 있으며 특히 장단석벽(長湍石壁)은 추가령에서 문산부근까지 약 95㎞ 구간에 높이 20∼40m로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해 예로부터 시인묵객이 많이 찾았다.

하류쪽에는 동파적벽(東坡赤壁)이 있으며 겨울에는 임진강 하류인 교하부터 자유로를 따라 올라가면 강가에는 각종 철새들이 군무를 이루고 있고 황복,장어,참게 등이 잡혀 주변에는 전통있는 매운탕,복집,장어집 등이 곳곳에 들어서 단골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임진강변과 문화유적

임진강하류는 평야와 구릉지로 형성돼 구석기시대부터 생활했던 근거지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교하 다율리와 당하리에 분포돼 있는 100여기의 지석묘군과 월롱면 덕은리 선사유적인 탁자형태의 지석묘군 등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으며 덕은리 청동기시대의 대형 움집터는 완벽한 형태로의 주거지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으기도 했다.

또한 탄현면 성동리의 한강과 임진강이 맞닿은 곳에 표고119m의 오두산이 있으며 현재는 통일전망대가 정상에 들어서있다.

강변의 경관이 너무 수려해 일찍이 조선조에 12개의 정자가 있을 정도. 대표적인 것으로 문산읍 사목리 임진강 강안 절벽위에 자리한 반구정은 조선시대 대표적 청백리인 명상 방촌 황희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를 벗삼아 여생을 보낸 정자며 화석정은 파평면 율곡리 아름다운 적벽이 있는 임진강 절벽위에 자리, 율곡선생이 여가가 날때마다 찾았던 곳이다.

이밖에도 임진강변 민통선 지역인 진동면 동파리에는 유형문화재 제156호 지정돼있는 고려시대의 사방석불인 마애사면석불이 있으며 진동편 하포리에는 동양 명의인 의성 허준선생묘소와 함께 부인묘, 생모묘소가 있다. 또한 적성 주월리와 가월리에는 구석기유적과 연천군 전곡리의 선사유물유적 경순왕릉 등이 임진강변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 임진강의 발전전망

그동안 역사속에서 잠자고 있던 임진강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대한민국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강으로서 석벽 등의 뛰어난 경관과 각종 유물유적이 즐비하게 들어서 그야말로 역사의 보고임에 틀림없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이후 최우선으로 논의되는 문제가 임진강 수자원공동개발과 경기북부지역의 집중호우를 막기위한 댐 건설을 비롯, 임진강 수해 공동방지 등이 북측과적극 협의모색에 들어가는등 임진강에 대한 논의가 본격 시작되고 있다.

임진강에서 어업을 하고 있는 황인형씨(40·문산읍)는“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의 공동연구로인해 천혜의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임진강으로 새롭게 태어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주=고기석기자 kok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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