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합의한 공동선언에 따라 정부가 북한에 비료지원 등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진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동안의 남북간 불신감을 해소하는데는 비정치적인 농업분야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다른 분야못지 않게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지난 6월20일까지 비료 20만t을 북한으로 보낸데 이어 추가 요청이 오면 응할 준비가 돼 있다.
국내 생산량과 소요량을 감안할 때 북한에 대한 비료지원은 연간 60만t까지 가능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남북한의 농업이 갖고 있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상호 보완, 육성해 나가면 그만큼의 경쟁력이 강화된다.
실례로 유럽연합의 경우 프랑스는 포도, 독일은 곡물과 감자, 덴마크와 영국은 육류 등을 각각 중점적으로 생산·가공하고 역내에서 무관세로 교역하는 공동농업정책을 펴고 있다.
논농사 중심의 남한 농업과 밭농사 중심의 북한 농업을 장점기술 위주로 상호보완하면서 구제역 방역, 산불 방지, 솔잎흑파리 방제 등 공통현안에 대한 공동연구와 작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벼농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비료뿐만 아니라 종자와 농약도 대북 지원 대상 분야며 특히 볍씨의 경우 해주와 평양 평야지대와 기후조건이 비슷한 철원평야에서 대북지원을 위한 품질개량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북한 농업실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북한은 지난 98년 이래 기상조건이 비교적 양호하고 외자 지원도 늘어나는 데다 농업개혁을 진행시켜 사상 최악의 기아상태는 벗어났으나 아직 식량 자급자족이나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식량 생산량은 331만7천t으로 추정했다.
이는 90년대 중반 의 200만∼250만t의 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미곡생산량은 152만7천t(정곡기준), 옥수수 생산량은 104만7t, 두류 13만7천t, 맥류 31만t, 기타 잡곡 4만7천t으로 지난해 옥수수 생산이 다소 줄었으나 쌀, 보리, 콩, 감자 등 나머지 곡물의 작황이 비교적 좋았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농경연 추정으로 올해 170만t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북한의 식량 수급량은 630만8천t으로 부족분은 299만1천t으로 추정됐고 식용 소비만을 가정할 경우 174만t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의 지원과 북한의 자체 수입물량을 감안해도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은 ‘농업복구 및 환경보호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며 이 계획에 포함된 주요 농업개발 분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모작 확대, 감자재배 확대, 비료 생산설비 재건 및 확충, 농기계 및 부품 생산 설비 재건, 종자생산체제의 현대화, 관개체제의 개편, 자연재해를 입거나 낙후된 농업기반의 복구, 조림 및 황폐경사지의 복구 등이다.
이는 식량부족분에 대한 북측의 고민과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북한의 식량난을 완화시키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제사회와 남한의 지원, 북한의 자구노력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상조건이 식량증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강수량 부족에 따른 농업용수 확보가 중용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남북간 농업협력은 단순한 교류협력 분야보다는 통일을 생산하는 산업, 식량안보 역량 구축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대북 농자재 지원 방향
북한은 농기자재의 공급부족으로 심각한 식량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기자재의 생산 능력은 있으나 경제 침체와 외환 부족으로 원료와 연료를 조달할 수 없어 생산실적이 저조하다.
그러나 필요한 농기자재를 수입할 수도 없어 국제사회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질소질 비료, 봄보리 종자와 씨감자, 살충제, 못자리용 비닐, 농기계 부품 및 연료로 농업용 비료 소요량은 연간 52만∼65만t이나 공급량은 20만t에도 못미치고 있다.
농약소요량은 연간 1만5천t이상이나 공급량은 3천∼5천t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북한에 농자재를 지원한다면 비료 지원이 가장 효과적이며 종자지원도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80년대초까지만 해도 1㏊당 비료 생산량이 349㎏으로 세계에서 비료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중 하나였으나 98년에는 생산능력의 5%에 불과한 4만7천t의 비료를 생산했고 질소와 인산, 칼륨의 시비량도 국제 기구 농업전문가가 권장하는 수치보다도 크게 부족했다.
비료는 국내에 생산시설이 완비돼 다른 농자재보다 우선적으로 지원이 가능하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가 북한에 제공한 비료는 북한 전체 비료공급량의 40%로 식량 증산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비료 다음으로 지원가능한 농자재는 농약지원이다.
농약을 제때 지원하면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으나 국내에서도 농약의 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북한에 대한 농약지원에는 해결해야 것이 많다.
농기계의 경우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를 완전 가동할 경우 기계화율이 40∼50%로 높아질 수 있으나 보유 농기계의 20%정도만이 가동되고 있는 실정으로 농기계를 지원하더라도 북한의 연료사정이 좋지 않고 부품 교환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때는 고철로 변하기 때문에 합작사업 형태의 교류가 바람직하다.
종자또한 국내에서 충분히 생산하고 있지 못해 지원량에 한계가 있으나 종자의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크고 남북한간 장기 협력사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빠뜨려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에서는 이모작사업과 감자농사혁명, 옥수수 종자의 퇴화에 따라 봄보리와 봄밀, 우량 씨감자, 옥수수 1대종자의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업부문에서 중요한 토양과 기후에 대한 상호교류 없이는 막대한 지원도 무용지물이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농자재 지원과 북한 풍토에 알맞은 종자를 지원해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한 뒤 농업전문가의 직접적 교류를 통해 종합적인 영농기술의 전파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근호기자 ghjung@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