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각

수원의 화성(華城) 시설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축미를 지녔다고 일컬어지는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 벼랑 아래에는 물 맑은 연못이 있는데 이러한 전설이 있다.

조선조 정조가 수원에 화성을 축성(1794∼1796년)할 무렵 방화수류정을 짓기 전 이곳은 광교산에서 흘러 내려온 망천(忘川·수원천)이 휘돌아 나가는 깊은 연못이 있었다.

승천을 위하여 천년 수양을 쌓는 용이 산다는 전설이 서린 연못이었다. 이 용은 연못가에 놀러 나오는 나이어린 한 처자를 바라보는 낙으로 하루 하루를 지냈다. 어느 날은 발이 미끄러져 연못에 빠진 처자를 아무도 몰래 건져주기도 했다. 어쩌다 처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날은 인간이 아닌 처지를 원망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아름다운 처자는 혼기를 앞두게 되었고 용은 승천할 날이 가까워졌는데 시름거리가 생겼다. 용이 어느새 처자를 짝사랑하게 된 것이다. 용은 하늘을 다스리는 옥황상제에게 고민을 털어 놨다. 옥황상제는 용에게 인간이 되어 처자와 살든지, 아니면 처자를 잊고 승천을 하든지 택일할 것을 명했다.

승천을 택한 용이 어느 날 공중으로 떠오르며 연모했던 처자를 아주 잊을 수 없어 잠시 멈춰 처자가 사는 집을 바라보았다. 그때 마침 처자도 용이 승천하는 하늘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용은 가슴과 온몸이 굳어져 그대로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천년간의 노력이 일순간에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용의 몸은 연못 옆으로 떨어져 내려 언덕이 되었고, 머리부분은 바위가 되었다.

후일 수원사람들은 용의 머리처럼 생긴 바위를 용두암, 용이 살던 연못을 용지, 또는 용연이라고 불렀다. 화성을 쌓을 때 용두암 언덕에 지은 정자가 바로 방화수류정이다.

누각이 벼랑 아래 용지 수면에 비치는 일명 용두각으로도 불려지는 방화수류정 난간에 기대어 전설을 떠올리면 수원팔경 중 하나인 ‘용지대월(龍池待月)’이 더욱 신비로워진다.

/淸河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